크리켓, 죽음의 스포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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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사망한 호주 크리켓 선수 필립 휴즈. [로이터=뉴스1]

유명 선수와 심판이 경기 중 부상으로 잇따라 사망하면서 신사의 경기로 통하는 크리켓이 ‘죽음의 스포츠’란 오명에 휩싸였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쉬도드에서 열린 크리켓 경기 도중 심판 힐렐 오스카가 타구에 가슴을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호주의 크리켓 스타 필립 휴즈가 숨진 지 이틀 만이다. 휴즈는 지난달 25일 배트맨(타자)으로 나섰다가 볼러(투수)가 던진 공이 바운드되며 뒷목을 강타, 혼수상태에 빠졌고 이틀 후 사망했다. 호주는 국가 전체가 슬픔에 빠졌다. 크리켓이 성행하는 영연방 매체들은 ‘사고가 크리켓 위험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고 대서특필했다.

크리켓 공은 야구공과 재질이 비슷하다. 공 크기가 약간 작지만 무게는 야구공보다 약 15g 더 무겁다. 그만큼 더 딱딱하다. 볼러의 구속도 야구 투수만큼 나오는데다 땅에 바운드되면서 배트맨에게 날아가기 때문에 공을 피하기가 더 어렵다. 수비 선수들이 강한 타구에 맞기도 한다. 이 때문에 1870년 이후 공인된 크리켓 경기 도중 외상으로 사망한 경우가 8건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에만 4명이 숨졌다. 야구의 경우 미국과 일본ㆍ한국 프로 1부리그에서 경기 중 외상으로 사망한 선수는 1920년 투구에 머리를 맞은 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레이 채프먼이 유일하다.

휴즈의 경우 헬멧을 썼지만 공이 급소를 타격하는 걸 막지 못했다. 크리켓 심판들은 야구에 비하면 무방비나 다름없다. 영국 글래모건 팀 주장 마크 월러스는 “보호장구를 잘 착용할수록 더 나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수 보호 강화를 촉구했다. 앵거스 포터 영국 프로크리켓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야구 포수마스크를 차용하는 등 보호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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