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권도 책을 안읽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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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등하가친의 계절에 「독서주간」이 겹쳤어도 여전히 책이 읽혀지지 않고있다. 최근에 나온 한 조사에는 우리국민이 한해 0·6권밖에 책을 읽지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종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사회에서 책을 읽어야할 필요성은 증대하는데도 책이 읽히지 앉는 원인은 어디에있는가.
『몇해전 집값이 오르고 아파트붐이 일었을 때 남자들의 술자리에서나 여자들의 모임에서거나 온통 집이야기뿐이었읍니다. 문학이나 예술이나 사회·정신의 문제가 화제에 오르지못했읍니다. 오히려 배척당했다고 할수 있지요.』
집이야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화제의 폭이 그렇게도 좁아질수 있는가 하는 소설가 김원우씨의 말은 책이 읽혀지지않는 요인을 정확히 집어내고 있다.
물질만능의 배금주의가 팽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9월 독서주간을 맞아 교육계·문단·경제계·법조계·종교계등 사회 각분야의 종사자로부터 받아들인 설문조사에서도 책을 읽지않는 요인으로서 물질만능의 풍조가 지적됐다.
출판평론가 이중한씨는 책이 읽히지 않는것을 문화가치에 대한 인식의 빈곤에서 찾고 있다.
『그당시의 베스트셀러(몇몇 부정적인것까지 포함해서)가 화제가 될 수 있는 것이 문화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러한 분위기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회자체가 책의 문화를 중요시하지 않고 있으니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질수 없고 따라서 책을 읽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생활을 하거나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있다. 그속에서 살아가면서 책을 읽어 폭넓은 지식을 가지지 않아도 별불편없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폭넓은 지식이나 깊은 사고의 필요성이 강조되지 않는 사회이며 눈앞의 일만 처리해 나가면 사회적 신분의 유지 내지는 상승을 이룰수 있는 사회가 아니겠느냐고 이씨는 말한다.
『외국인과 비교하기가 싫은 일이지마는…』하고 시작하는 한 전직관리는 『대체로 그들 정치가·외교가등의 모임은 마지막에 가서 문학·예술·정신의 문제등이 화제가 되는데 과연 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수있는 우리쪽 사람들이 많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는데 그의 말도 우리의 책에 의해 이루어지는 문화가 얕음을 지적하는 것일 것이다.
책의 문화가 확립되지 않고 책의 중요성이 구호에만 그치는 우리의 현상은 배금주의나 출세주의라는 사회풍조에 영향받는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구조적인 잘못에서 생겨나고 있기도하다.
이중한씨는 구조적인 것을 ▲교육제도 ▲독서환경 ▲문화의 전승등의 문제에서 찾고있다. 이씨는 한권의 교과서로 한학기를 채우는 교육방법이 학생들의 폭넓은 독서와 지식의 흡수를 막고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저런 관계되는 책을 읽어라』라고 하든지 토론식으로 교육하는 형식을 취하지 못하는것은 교육현장의 여러 애로점도 있지만 안이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에 나갈때 계속 독서하는 자세를 갖기가 어려워진다.
독서환경도 잘 이루어져있지 않다. 독서환경은 우선 집에서 이루어진다고 할때 가정에 책을 놓아둘 수 있는 공간이 차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아파트생활은 책의 공간을 축소시킨다. 그것을 대치할 수 있는 것은 공공도서관일 것이다. 소규모로 집단별로 공공도서관이 주거지역에 가까이 있어야한다. 공공도서관이 학생들의 시험공부하는 장소가 되어버렸고 그나마도 몇되지 않아서 독서환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책의 문화전승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것도 책과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우리는 일제기간동안 많은 저술을 보지못했고 그나마 6·25때 많은 손실을 보았다. 또 한문세대·일어세대·한글세대가 공존하고 있다. 한문세대·일어세대의 책이 한글세대에 와서 잘 연결되고 있지 않으며 세대간의 단절감도 크다. 일제에 의한 많은 피해 중에 이같은 문화의 단절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이씨는 강조했다.
이씨는 여기에다 우리 나름대로 새출판문화를 만들어 낼만한 시기에 전파매체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진것도 책의 문학를 위축시킨 한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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