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여군 "무박 7일 천리행군 완주 신고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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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천리행군 훈련을 완주한 특전사 여군 부사관 신예슬·민주원·김시온·김홍지·고다은 하사. 보안 때문에 이들의 이름을 사진에서 지웠다. [사진 특전사]

특전사의 대표적인 지옥훈련으로 꼽히는 ‘천리행군’ 훈련을 여군 부사관 5명이 통과했다. “부대 창설 이래 천리행군을 여군이 통과한 것은 처음”이라고 특전사 측은 밝혔다. 주인공은 육군 1공수여단 소속 신예슬·민주원 하사와 3공수여단의 김시온·김홍지 하사, 9공수여단의 고다은 하사다. 이들은 지난달 13일부터 무박 7일간 진행된 특전사 천리행군을 완주했다.

 특전사의 천리행군은 전 군에서 가장 고된 훈련 중 하나로 정평이 나있다. 총 400㎞의 거리를 하루 60∼70㎞씩 행군한다. 밥 먹는 시간에 알아서 잠깐씩 조는 건 몰라도 1주일 내내 잠도 자지 않고 거의 24시간을 걸어야한다. 1주일간 잠만 안 자는 것도 보통 사람들로선 생각조차 하기 힘든 일인데 험한 산길을 걷다보면 체력적인 문제뿐 아니라 심리적 한계 상태에 다다라 남성 특전부대원들도 중도 탈락자가 나온다.

 그런 천리행군을 완주한 김시온 하사는 “무릎 통증이 심해져 완주할 수 없을 것 같은 고비가 몇 차례 있었다”면서도 “함께하는 동기들이 있어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다은 하사는 “특전사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완주했다”고 돌아봤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는 이구동성으로 ‘4~5일’차를 꼽았다. “거의 무의식 상태로 걸음을 내디디게 됐다”고 한다. 민 하사는 “어려울 때마다 천리행군의 순간을 떠올리며 초심을 잃지 않고 이겨내 최고의 특전요원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특전사 천리행군은 예전에 비해 훈련의 강도가 높았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전인범 특전사령관이 실전에 못지 않은 강도높은 훈련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전 사령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천리행군에서 10∼30%가 중도에 포기했는데 올해는 여군들이 선두에서 행군을 해서 그런지 중도에 포기하는 인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시간이 갈수록 여군들의 뛰어난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 사령관은 여군 특전부대원을 배려해 특전사를 대표하는 군가인 ‘검은 베레모’ 가사 중 ‘사나이’를 모두 ‘전사들’로 최근 바꿨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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