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간척지 473만 평 기업도시 추진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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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의 서산농장 일부를 대규모 레저단지로 탈바꿈시키는 태안 기업도시 계획이 난관에 부닥쳤다. 농지 전용 특혜와 환경 파괴 등의 시비에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시위원회는 지난달 8일 시범사업 후보지 8곳 가운데 종합평가 1위를 기록한 태안 기업도시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재심의키로 했다. 하지만 재심의 또한 부처 간 협의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당초 8일에서 25일로 연기됐다.

농림부는 여전히 농지 전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단체들도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태안 기업도시 구상=간척지 B지구는 부남호를 중심으로 왼쪽의 태안군 지역과 오른쪽의 서산시 지역으로 나뉜다. A지구는 모두 서산시에 속한다. 기업도시는 태안군 쪽 B지구 473만 평에 2006년부터 2010년까지 2조원을 들여 골프장 144홀, 승마장.캠프장.모험동산 등 레저시설을 고루 갖춘 관광.레저형 도시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서산 쪽 B지구에 대해서는 서산시가 태안 기업도시와 닮은 '웰빙.레저특구' 개발을 추진 중이다.

◆ 농림부.환경단체의 반대=농림부는 생산비가 적게 드는 대단위 농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도시 예정지 주변을 비롯해 다른 곳에서 제2, 제3의 농지 전용 요구가 들어올 경우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부담스러워 한다. 특히 농림부가 우량 농지를 확보하겠다며 환경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 중인 새만금 간척사업의 명분도 약해진다. 기업도시시민연대는 "B지구는 공공의 자산인 서해안 갯벌을 특정 기업이 간척사업으로 독점해 버린 지역"이라며 "이중 특혜인 농지 전용을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들은 철새 도래지가 파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현대건설.지역주민의 입장=현대건설은 간척지를 전용하더라도 식량이 부족하면 골프장.잔디축구장 등 기업도시 면적의 62%(300만 평)를 갈아엎어 밭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자산가치가 1200억원 이상 상승하지만 도로건설, 수질 정화 등에 이보다 많은 1800억원을 쏟아붓기 때문에 개발이익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와 함께 철새 보호지구(버드 존)를 지정하고 부남호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환경단체를 설득하고 있다. 한편 태안군 주민 1000여 명은 지난 5일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농림부를 규탄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주민단체들은 "70년대 개발정책만 내세워 어장을 빼앗더니 농사만으로는 생계유지조차 힘든 지금에 와서 농민들이 원하는 기업도시 유치를 농림부가 막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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