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구글·페이팔의 성공법 …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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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로 투 원
피터 틸·
블레이크 매스터스 지음
이지연 옮김, 한경BP
252쪽, 1만3500원

고된 출근길에 지친 A가 창업의 유혹에 굴복했다. 서울 서소문에 영국 식당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시장 전체를 내가 가질 수 있겠구나.’

 A의 식당은 1~2년 내에 망할 것이다. 저자 피터 틸은 그 이유를 조목조목 분석한다. 우선 영국 식당은 ‘1’이 아니라 ‘n’이라서 문제다. 무슨 말인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면(검색 엔진, 소셜 네트워크) ‘1’이다. ‘0’에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영국 식당은 기존에 있는 식당의 변종 혹은 카피(‘n’)에 불과하다. 이 식당은 인접한 지역의 이탈리아·인도·프랑스 식당 등 수많은 ‘n’과 경쟁해야 한다. A의 식당은 책에 나온 사례를 한국화해본 것이다. 책은 틸이 2012년 스탠퍼드대에서 한 강의를 학생 블레이크 매스터스가 정리한 내용이다.

 망하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할까. 경쟁 대신 독점을 해야 한다. 지난 5월 현재 검색 시장 68%를 차지한 구글처럼 말이다. 문제는 종목을 어떻게 찾느냐일 것이다.

 저자는 기본 질문을 하나 던져준다. ‘남들이 동의하지 않지만 중요하고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이럴 때 ‘서소문의 영국 식당’ 같은 답을 내놓으면 사업이 실패한다. 대신 이런 답을 내야 한다. ‘인터넷에선 미국 달러화 대신 새로운 화폐가 필요하다.’ 저자의 아이디어다. 1999년 미국의 저널리스트들은 이를 최악의 비즈니스 아이디어 10선 중 하나로 꼽았다. 이처럼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는 사업을 추진했다. 2002년 상장한 회사 페이팔은 빠르고 안전한 온라인 상거래 시대를 열었다. ‘1’이 된 것이다.

 틈새를 정확하게 찾고 나서려면 작게 시작해야 한다. 아마존·이베이도 작게 시작해 인접 시장으로 확장했다. 또 기존 시장을 파괴해서도 안 된다. 파괴는 곧 창조 대신 경쟁을 선택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충족한 기업이라야 구글처럼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같은 모토를 채택할 수 있게 된다.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고 윤리 문제를 고려할 수 있다. 착한 기업도 ‘1’이어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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