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 읽기] 내셔널리즘 넘어 열린 역사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일본의 아이덴티티를 묻는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 지음, 박광현 옮김, 산처럼, 267쪽, 1만2000원

일본 보수우익 세력들이 일제 침략역사를 왜곡.미화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그런 교과서까지 나왔다. 21세기 들어 일본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우경화의 한 단면이다. 저자는 과거에 원주민을 탄압했던 호주의 현재 상황과 비교하면서 일본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식민주의 국가였던 영국 출신으로,식민지의 산물인 호주에 살면서 일본을 연구하는 학자다. 저자는 '연루'(連累,implication)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에게는 과거의 잘못을 고칠 책임이 있다"며 역사 반성을 강조한다. "내가 직접 과거에 박해나 수탈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로 인해 만들어진 사회에 살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해체'하지 않으면 과거의 증오와 폭력은 이 세계를 계속 만들어 간다. 연루는 불의(不義)의 구조에 대항하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참여"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역사에 진지해지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저자가 궁극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이다. 세계화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대중적 내셔널리즘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우경화 뿐만 아니라 한국.중국 등 다른 국가의 내셔널리즘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나아가 세계화에 맞춰 인간의 공통점과 차이를 재검증하고,자유.공정.평등이 확장되는 메커니즘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일종의 문명 비평서다. 원제도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다.

오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