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복씨, 청와대 인사 불법적 도움 받아 '봉이 김선달식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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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이 자신의 인맥과 개인적 특성을 최대한 이용했고 청와대 등 관계자들은 아마추어로서 법적 근거 등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따라간 것이 큰 문제가 됐다."

검찰 관계자는 11일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 사건의 전모를 이렇게 요약했다. 김재복씨가 개인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하면서 청와대 관계자 등의 불법적인 도움을 받은 '봉이 김선달식 사업'이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이에 따라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불구속기소돼 참여정부의 약점 중 하나로 지적되는 '아마추어리즘'이 형사재판정에까지 서게 됐다.

◆"인맥 하나로 사업"=김씨는 도로공사가 1999년부터 싱가포르 ECON 등과 추진하던 사업이 자금 조달 문제로 어렵게 되자 2001년 ECON 감사가 됐다. 이후 경남기업에 행담도 개발 관련 공사를 주는 대가로 12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 자기 돈 한푼 안 들이고 행담도개발㈜의 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검찰 조사 결과 행담도 개발 공사를 계속 추진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던 김씨는 친분이 있던 캘빈 유 주한 싱가포르 대사와 '양아버지'로 부르던 오정소 전 안기부 1차장를 매개로 인맥을 넓혔다. 문 전 위원장과 정 전 비서관은 캘빈 유 대사 등이 신원을 보증하는 김씨를 충분한 검증 없이 신뢰함으로써 이번 사건의 단초를 제공했다.

김씨는 특유의 인맥 관리와 행정경험이 없는 청와대 인사들을 이용, 도공이 2009년 행담도개발㈜ 주식 90%를 1억500만 달러에 매입하는 계약을 하고 8300만 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하지만 올 초 도공과의 불공정 계약 사실이 드러났고, 감사원의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김씨가 청와대 관계자들을 이용해 외자 한푼 없이 국내 자본으로 추진한 것이 행담도 사업이었다고 정리했다.

◆또 다른 개입 없었나=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이 정 전 수석 등에게서 행담도 개발과 관련, 보고받은 바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정 전 수석은 지난해 6월 노 대통령에게 S프로젝트와 관련한 외자유치 문제를 보고하고, 문 전 위원장 역시 S프로젝트 추진을 보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외자유치 때문에 김씨와 친분관계를 유지했다"는 이들의 설명에 비춰 김씨와 행담도 개발 사업 내용이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석연치 않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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