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노조가 외친 건 투쟁 아닌 투자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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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바스프 여수공장 김현열 노조위원장

강성으로 분류되는 노조가 외자 유치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한국바스프 여수공장 노동조합은 대립과 투쟁적 노사문화를 지양해 신규투자 유치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요지의 'BASF 2015 실현을 위한 우리의 결의'를 10일 발표했다. 한국바스프 여수공장 노조는 한국바스프 내 6개의 노조 가운데 유일하게 민주노총에 가입했고 지난해에는 파업을 했었다.

여수공장 노조는 이날 회사와 임.단협 조인식을 하기에 앞서 이 같은 내용의 결의문을 내놓고 노조 명의의 보도자료를 별도로 만들어 언론에 배포했다. 노조는 이 자료에서 바스프 그룹이 경영전략으로 내세운 'BASF 2015'란 장기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최고의 품질과 생산성을 창출하는 사업장으로 도약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자료는 특히 노사 신뢰와 화합을 바탕으로 한 '비전적 노사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명문화해 회사의 '비전'과 노조가 지향하는 '비전'이 같다는 것을 보여줬다. 단기적인 임금 상승률이나 노조원의 권익보호를 우선시했던 과거 행보와는 영 다른 모습이다. 노조의 변화를 이끈 것은 노조 집행부였다. 김현열 여수공장 노조위원장은 "올 임.단협에 앞서 245명의 조합원 의견을 들은 결과 조합원들은 고용 안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며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바스프 본사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바스프 본사가 현재 중국과 여수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살 길은 신규 투자밖에 없다"며 "본사가 여수에 투자하면 정말 열심히 일하겠다"고 본사를 설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재 바스프 여수공장에는 비어 있는 8만5000평의 부지가 있다. 바스프 본사는 폴리우레탄 원료인 MDI 공장의 증설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노조가 지난해 15일간의 파업 때문에 본사가 혹시 여수공장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지 않을까 걱정한 것 같다"며 "노조가 먼저 나서 노사평화 선언을 해서 놀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노조원의 권익 보호와 기업 비전을 함께 고민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토로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인 바스프의 여수공장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사업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노조가 솔선수범해 세계 수준의 노사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회사 측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바스프 본사는 다른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며 "노조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무한 경쟁을 체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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