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다들 망한다던 방위산업체 5년만에 2배 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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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삼성탈레스 박태진 사장

삼성탈레스 박태진(58.사진) 사장은 요새 기분이 좋다. 합작선인 프랑스탈레스가 최근 "탈레스와 손잡은 외국합작 중 가장 성공한 회사는 삼성탈레스"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레스 인사담당 사장 등 40명의 임직원은 최근 삼성탈레스의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하고 돌아 갔다.

탈레스는 연매출 13조원 규모의 세계적인 방산업체다. 삼성탈레스는 삼성전자의 방산부문과 프랑스 탈레스사가 50대 50의 지분비율(자본금 2700억원)로 합작해 2000년에 만든 회사다.

외국기업과 합작한 방산업체는 삼성탈레스가 처음이다. 합작할 당시 주변에선 3년안에 망할 것이라고 수군댔다. 국내 기술이 외국으로 새 나갈수 있고 외국 회사의 제품만 들여와 파는 에이전시 역할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삼성탈레스는 보란듯이 5년 만에 회사를 두 배이상으로 키웠다. 합작하던 해에 1670억원에 그쳤던 매출액은 올해 4700억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니 프랑스 탈레스 본사가 놀랄 수 밖에 없다.

박 사장은 "지난해 국방부에서 주는 최우수 보안업체상을 받으며 국내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말끔히 가셨다"며 "국내 독자 기술로 생산한 제품도 전체 매출의 80%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삼성탈레스는 최근 세계적인 시스템 공정 기술표준인 'CMMI 레벨 4인증'을 국내 방위산업체 최초로 따냈다. 영국군이 쓸 적외선야간탐지기 수출도 성사 일보 직전이다.

박 사장은 "방위산업도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한국도 무기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수출하는 나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사장은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군용헬멧.군복.군장 등을 중동에 수출업에만 매달렸다. 한번은 군복을 서울 남산크기의 양 만큼 수출하기도 했다. 주로 중동 전쟁터를 누비며 군용품을 팔아 36세때 그룹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했다.

북한 공작원 김현희가 폭파한 대한항공 비행기도 탔었다. 기착지에서 내려 화를 면했다. 그 이유만으로 안기부의 조사도 받았다. 그는 "운좋게 살아남은 것을 기념해 그 비행기의 보딩패스(탑승권)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내세우는 사업비결은 '신뢰'다. 방위산업이란 특성상 더욱 그렇다는 것이 박 사장의 설명이다.

박 사장은 "탈레스 그룹의 고위 경영진과의 개인적인 신뢰도 회사를 이끄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직원들과도 잘 어울린다. 외국인 직원들이 한국에 적응을 잘하도록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컬처 데이'도 운영한다. 박 사장은 프랑스와의 경제교류를 넓힌 공로로 지난 2월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을 받았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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