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깊이 보기 : 일본 개헌 논란

동북아시아에 미칠 영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일본 개헌의 초점은 일본의 전쟁 포기, 교전권 부인, 그리고 전력 불보유를 규정한 헌법 제9조의 개정에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삽입한 '처벌적 평화조항'은 냉전의 전개와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사실상 유명무실화했다. 자위대가 창설되고 미.일 안보조약을 맺음으로써 헌법 규정과 현실이 상치되는 뒤틀림 현상이 오래 지속되었다.

▶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최근 발표된 자민당의 개헌 초안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은 전쟁 포기 조항은 유지하면서도 자국을 방위하기 위한 '자위군'을 보유하고, 국제평화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고 있다. 평화헌법의 '전력 불보유' 규정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존재하는 자위대를 합헌적 존재로 만드는 것은 법적 일관성의 구비에 해당한다.

일본 밖에서 자위대의 국제평화활동을 명문화하는 것도 현실의 추인이다. 보다 주목되는 점은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로써 방어를 위한 방어라는 '전수방위'원칙은 사라지고, '방어를 위한 공격' 내지 '공격을 통한 방어'라는 집단적 자위권 및 공격적 자위권을 가지게 된다. 또한 방위력을 군으로 규정함으로써 무기의 개발, 생산, 보유, 배치 및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 같은 개헌안이 현실화된다면 향후 동북아 역학구도에는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이다. 일본은 북한을 가장 현실적인 군사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어 북한이 위협적 행동을 할 경우 적극적 군사 대응을 모색할 것이다. 또 일본은 한반도 전역은 물론 중국 대륙을 포괄할 수 있는 공격적 무기체계 보유도 가능해진다. 한반도나 대만의 유사시에 독자적으로 또는 미국과 힘을 합쳐 군사적 개입도 할 수 있다. 아울러 독자적 기술과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생산하며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일본은 동북아에 국한되지도 않고 유엔의 틀에 묶여 있지 않는 독자적 평화유지활동이나 군사적 활동을 할 여지를 갖게 된다.

동북아 역학의 열쇠는 일본과 주변국의 신뢰문제다. 일본의 군사력 증대가 신뢰 상실로 이어지면 동북아의 대립적 경쟁구도가 증폭될 것이다. 또한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주변국의 안보 딜레마를 강화시켜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다만 일본의 개헌을 군국주의로의 회귀나 공격적 군사대국으로의 변신과 동일시하는 것은 성급하다. 일본의 개헌 절차는 앞으로 5~10년은 걸릴 것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