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U총회 서울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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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IPU(국제의원연맹)의 내년 70차 총회 및 133차 이사회의 서울개최결정은 서울올림픽유치이래 국제무대에서의 남북한 대결에서 우리측이 승리한 최대의 외교적 성과다.
북한을 포함한 공산권 등 98개 회원국이 가입하고 있는 IPU총회는 최대규모의 국제회의의 하나이며, 참석자들이 모두 각국 국회의원들이라는 점에서 잠재적인 영향력이나 정치성을 무시할 수 없는 회의다.
그런만큼 북한으로서는 이번 IPU에서의 패배가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으며 「대화」와 「개방」이라는 우리측의 기본입장이 국제적인 대세임을 또 한번 확인한 셈이다.
로마에서 열린 올해 69차 IPU총회에 참석중인 우리측 대표단은 처음부터 70차 총회의 서울유치를 암암리에 추진해왔다.
당초 내년총회는 콜롬비아에서 열리기로 돼있었으나 그쪽 국내사정으로 개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간파한 우리 대표단은 각국 대표들과의 폭넓은 접촉을 벌이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마련인 주최국(이탈리아)의 지지를 얻는 작업을 활발히 전개했다.
권정달 대표단장은 일본·인도네시아대표단과 개별접촉을 가지는 한편으로 전두환 대통령이 순방한 ▲아세안 5개국 ▲아프리카 4개국 및 자이레 대표단을 오찬에 초대해 지지기반을 확보했으며 이탈리아정계의 거물이며 이번 총회의장인 「안드레오티」외교위원장, 공산당출신인 이탈리아 하원의장 등을 접촉해 내년 총회의 서울유치를 타진,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또 루마니아 등 일부 동구 공산국대표들과 우리대표단의 박정수·고정훈 의원 등과의 친분을 활용해 동구권의 동조를 얻어내는 작업도 적극 추진했다.
우리대표단은 이같은 작업을 비교적 은밀하게 진행해 북한측이 미처 눈치 못챘던 것으로 보인다. 또 각국대표들과의 접촉에서 우리대표단의 「면」이 북한측보다 훨씬 넓었다는 점, 우리측의 대화시도를 북한측이 회피한 점등도 분위기를 유리하게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각국 대표단이 2표씩 행사하는 이사회에서 82대32, 기권 24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서울개최를 결정한 것만 봐도 이런 사정은 잘 나타난다.
이번 총회에서 북한측은 시종 열세에 놓였고 작전실수를 저질렀다. 68차 쿠바총회때의 경과 보고에서 김일성의 통한방안을 인용하는 가운데 「남·북한 2개국」이란 표현이 나오자 북한측은 이를 항의했으나, IPU집행부측이 『2개국이 아니면 어떻게 이 자리에 2개의 대표단이 참석했는가』라는 힐책을 받고 멀쑥해져 주저앉은 일도 있었다.
또 정치위원회에서는 연설신청을 늦게 해 제날자에 기조연설을 하지 못했고, 인권토론에서는 문제 되고있는 북한의 사상범수용소를 의식해서인지 스스로 연설을 포기했다.
이같은 IPU의 경과를 보면 국제조류는 서방·동방 가릴것 없이 대화와 개방쪽인 것이 분명하며, 북한처럼 폐쇄와 시대착오적인 아집만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설 땅이 점점 축소된다는 것을 절감케 된다. <송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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