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는 눈에 안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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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불과 1주일동안, 그것도 주로 숙소와 경기장 사이를 중심으로 오락가락하면서 단편적으로 느끼고 관찰한 것이지만 내가 여행해본 여느나라보다 색다른 점들이 많았다. 그동안 폴란드에 대해 세번씩 관점을 바꿔가며 배울 수 있었다.
한국선수단이 체재하고 있는 1주일동안은 지난 2년가량 폴란드사태와 관련하여 귀따갑게 들어오던 노골적인 정부·노조간의 대결 이라든지, 시위같은 일은 없었다. 입국한 직후인 하루 정도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후 며칠동안 아주 흥미로운 몇가지 사실을 관찰하고 또 겉으로 드러난 길거리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 거리낌이 없고 표면적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선수단에 대해 별나게 관심을 두거나 행동에 제한이 없는것을 보고 이상할이 만큼 조용하다는 생각까지 갖게 했다.
그런 생각속에서 여러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우연히 마주치거나 정기관계로 만나게된 폴란드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그 조용함밑에 깔린 격정과 ▼ 우수를 감지할 수 있었다.
지난 2년여동안 계속되고 있는 폴란드 위기가 1차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빚어지고 있다는 상식을 가기고 있었던 탓인지 이미 그런 현상이 폴란드에 입국하기도 전 파리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5일하오. 오를리공항의 바르샤바항저녁 비행기를 기다리는 출국대기실에 앉아있을 때였다.
한 노신사가 4∼5㎏은 됨직한 가루비누통을 들고 들어오는 것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는 그저 참 별난 노인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으나 그런 사람이 한두사람 불어나는 것을 보고 일부러 다른 승객들의 짐을 눈여겨 보았다. 이따금 큼직한 수하물 보따리속에 가루비누통이 삐죽이 나온것이 자주 눈에 띄었다. 겨울옷을 잔뜩 꾸려넣은 것도 눈에 띄었다.
폴란드뿐 아니라 공산국가의 대부분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비물자가 부족하다는 것은 보도매체등을 통해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하는 실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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