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3519> (제78화) WYCA 6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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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방Y 평가조사
70년 전국대회가 내걸었던 「여성의능력을 사회정의 실현에」 라는 주제는 70년대를 향한 첫 포성이었다. 창립50주년이 되는 72년은 24회대회때 채택한 프로그램 중점을 실천하는데 있어 가장 깊이, 가장 집중적으로 해야할 시기였다고 본다.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제안된 중에서도 소외계층과 소외지역의 발전 도모가 가장 중요시되었고 소비자보호, 보건 및 환경정화, 도시화 속에서의 기독교 운동등이었다.
특히 70년 대회때 새로 선임된 김애마회장은 연합회 체제의 쇄신과 바람직한 활동의 전개 방안을 강구할것을 72년2월 연합위원회 총회에 제안하여 지방Y 평가조사단을 구성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평가단은 징계하기 위한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 좀더 효율적으로 지역에 맞게 하도록 돕는 방향에서 평가해보자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72년 가을부터 73년 봄에 걸쳐 18개 지방Y를 3개팀으로 나누어 돌아다녔다. 한팀이 3명정도로 대개 당 지방Y 이사 전부나 임원을 만나 1시간쯤 이야기를 나누고 지방 나름대로의 고충을 듣고, 이어서 한사람은 재정을, 한사람은 프로그램운영을, 또 한사람은 사무 일체에 대한 것을 혹은 장부, 혹은 기록이 구비되었는지를 검토했다. 회원 1백명정도에 총무 한사람, 간사 한사람으로 해나가는 지방Y가 꽤 되었는데 그곳에서 큰 기대를 할 수는 없었다. 그런 경우 총무는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어야하며 걸레를 들고 마루도 닦아야만 하는 실정이다.
필자도 그 첫번 평가단의 한 멤버로 6개지방을 가보았다. 이 기회는 내게 있어 수십년동안 YWCA 실행위원으로 있었어도 전혀 몰랐던 한국Y의 전체 모습을 어렴풋이 나마 볼 수있는 기회였다.
이 경험은 나의 Y에 대한애착을 더욱 굳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첫번 평가에서 평가된 것은-.
▲장부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때로는 은행통장이 회계이사의 집에 있다든지, 임원회·이사회회의록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일이 있었다.
▲헌장은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를테면 이사 24명을 총회에 배수 (培數)공천하여 선거로 결정한다는 조항이 엄연히 있으면서도 실제로 그렇게 할수 없어 겨우 그 수를 채워 회장이 임명하는 데가 많았다.
▲인사규정이나 봉급규정이 없거나 아니면 있기는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Y가 많았다.
▲많은 경우 서무간사나 경리부 직원이 없고 총무가 경리·서무를 다하다보니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점들이 지적되었고 이는 모두가 재정부족, 사람(훈련된 간사나 총무)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고 풀이되었다. 모금의 방법을 모르고 이를 창안하지 못하여 기껏 모금한다고 하면 몇사람 이사들의 주머니나 털어 내놓는 정도였다.
이사가 되었다가도 돈과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허비된다고 생각하여 흥미를 잃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모든 회원이 참여하여 조금씩 부담하는 방법, 그 사회 유지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등이 있지만 그리 잘 활용되지 않고 있었다.
이런 과오들은 초기에 연합회도 겪었던 일이다.
지방Y들은 평가단이 마치 암행어사나 상관의 감사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상당히 긴장하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그들이 일을 올바르게 하기 의한 것임을 설명했고 자신들도 지적된 잘못된 점을 시정함으로써 얼마나 일을 정확하게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 제도는 지방Y들 스스로가 대회가 있기 전에 평가해달라는 요청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발전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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