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으로 달릴때 생각하면 지금은 너무 편해-30년 무사고 열차기관사 최진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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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0여년간 사고 없이 열차를 운행했다는 것이 꿈만 같습니다. 하느님께 감사할뿐 입니다.』
철도의 날을 맞아 1백10만km 무사고기관사로 흥조근정훈장을 받은 서울기관차사무소소속 최진옥씨(54)-. 1백10만km는 서울∼부산간(4백44·5km)을 1천2백37회나 오고간 거리다.
『그동안 사고의 위험도 많았지요. 50년대에 경춘선열차를 몰때는 자동 폐색장치도 없고 철도를 베고 누워 자는 사람이 많아 깜짝깜짝 놀라 열차를 세운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최씨가 처음 철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해방되던 해인 45년. 춘천중학을 졸업하던 18세때 고향인 춘천기관차사무소소속 구내수로 들어가면서부터였다.
47년 경춘선열차의 기관조사로 옮겨 열차를 타기 시작한 최씨는 52년부터 기관사가 되어 경춘선을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느 기관사나 마찬가지지만 가장 어려운 순간은 역시 야간 열차를 몰때지요.』 사고를 내지 않으려고 두 눈을 부릅뜨노라면 목과 팔다리가 뻣뻣해지고, 졸음을 쫒기 위해 팔다리를 꼬집기까지 한다고 했다.
「6·25동란때 춘천에서 피난열차를 몰고 남쪽으로 달리던 때를 지금도 잊지 못하는 보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기관사를 천직으로 아는 철도인. 다시 태어나도 철도인이 되겠다고 했다.
최씨는 57년부터 서울기관차사무소로 옮겼다. 현재는 경부간 새마을열차를 몰고 1주 3번씩 서울∼부산을 오르내리지만 겨울에 얼어붙은 석탄을 녹이며 불을 때던 스팀열차시절에 비하면 너무 고급스럽다고 했다.
『온갖 정성을 다해 여객을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 기관사의 책무』라고 강조하는 최씨는 정년(58세)까지 남은 4년 동안도 철도에 몸바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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