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꽌시 튼 한국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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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3억명의 중국 내수 시장이 한국에 열렸다. 지난해 기준 내수 규모가 4조7000억달러(5000조원)인 거대 시장이다. 이는 11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한국 경제에 찾아온 새로운 도약의 기회다.

개방률이 높지 않은 FTA라는 일각의 지적에도 파급력이 한·미 FTA나 한·유럽연합(EU) FTA를 뛰어넘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중 FTA 협상 수석대표를 맡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두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11조달러 규모의 거대경제권이 탄생한 것”이라며 “동북아 경쟁국인 일본·대만보다 먼저 큰 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객관적인 지표로 봐도 한·중 FTA 타결이 한국과 중국에 가져올 영향력은 상당하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1458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6.1%를 차지했다. 미국(11.1)·EU(8.7)·일본(6.2)을 크게 앞서는 규모다.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중국산 제품은 830억달러(16.1%)어치로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았다.

 한국과 중국은 FTA를 타결하면서 서로의 보호 산업(한국 농수산품, 중국 공산품)은 인정하되 다른 분야에서 개방도를 높이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상품 분야의 개방률은 품목수 기준으로 한국은 92%, 중국은 91%로 한·미나 한·EU FTA(각 99%)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 중국산 쌀·고추·마늘 같은 농산물과 쇠고기·돼지고기를 비롯해 670개 품목(수입액 기준 60%)의 농축수산물의 관세를 지켜냈다. 국내 농어민과 축산농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중국 역시 철강·석유화학처럼 자국의 전략적 육성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상당부분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동차와 액정표시장치(LCD)는 이미 중국 현지 공장을 많이 갖고 있는 한국과 자국산업을 키우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관세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럼에도 양국의 활발한 교역 때문에 관세 절감 효과는 예상보다 크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중 FTA에서 합의된 관세 철폐가 모두 이뤄지면 한국 기업이 중국에 수출할 때 지금보다 연간 54억4000만달러(6조476억원)의 관세를 아낄 것으로 전망됐다. 한·미 FTA의 관세 절감 효과(9억3000만 달러)의 5.8배, 한·EU FTA(13억8000만 달러)의 3.9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은 전체 1만1272개 품목 가운데 원유·나프타·의약품을 포함한 6108개 품목(수입액 418억 달러)의 관세를 바로 철폐하기로 했다. 중국은 전체 품목 7428개 중 제트유·스테인리스열연강판(3mm 미만)과 플라스틱 금형을 비롯해 1649개(수입액 733억7000만달러)의 관세를 발표와 동시에 즉시 없애기로 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중국 소비력이 커지는 추세에 맞춰 생활가전과 패션제품에 대해 발효 10년 내 관세 철폐를 이끌어냈다. 앞으로 대중국 수출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품목들이다. 대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냉장고·에어컨을 비롯해 한국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밥솥·믹서가 대표적이다. 또 중국 여성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여성코트와 재킷, 유아복도 10년 안에 관세가 없어진다.

 상품뿐만 아니다. 한·중 FTA에서 서비스시장 개방률이 높아진 것은 한류 열풍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금까지 맺었던 FTA를 맺었던 나라 중 홍콩·대만과 같은 중화권 국가를 뺀 나머지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한국에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개방했다.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보호기간이 20년에서 50년으로 늘어났고, 한국 영화를 몰래 촬영해 사용하는 ‘도촬’도 금지된다. 한국 기업이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할 때는 49%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2년 한·중 FTA 협상 개시를 앞두고 한·중 FTA 발효 10년 뒤 한국의 GDP는 2.2·8~3.04%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 상반기 한·중 FTA의 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FTA 발효 이후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면 두 나라의 교역규모는 발효 시점보다 56% 증가할 것”이라며 “제조업 일자리는 5.6%, 서비스업 중 의료사업 일자리는 13.5%씩 각각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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