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과 투지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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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2년9월14일은 한국체육사에 오래 기억될 찬란한 날이 될 것이다.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 세계아마추어야구의 정상에 선 날이라는 것, 그것도 사실상의 최종결승전이 된 대일전에서 드릴넘친 역전극을 펼친 날이기 때문이다.
한국야구 80년사에 한 장을 기록하기에도 모자랄 것이다.
한국은 76년 24회 대회부터 출전한 이래 상위권을 계속 유지해오면서 올해 대회를 서울로 유치했고, 끝내는 네번만에 아마추어야구의 최강국임을 확인했다.
한국야구가 아시아의 정상에 올라선 것은 이미 지난날의 일이지만, 이제 세계를 제패한 것은 그동안의 숙원을 풀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것이다.
선수단의 기량과 투지가 빚어낸 결과임에 틀림없다. 또 그들을 마음으로부터 성원한 국민의 스포츠열이 뒷받침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 외에도 이번 서울대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뜻이 깊은 행사였다.
하나는 세계적인 스포츠제전을 치러낼 만큼 우리의 역량이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단일종목의 세계적인 스포츠행사가 계속 열릴 예정이나, 그 본보기의 하나로 야구대회도 무난히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은 귀중한 경험으로 남는다.
75년이래 중단되어온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가 내년부터 다시 열리도록 결정된 것도 중요한 스포츠외교의 성공이다.
중공의 등장으로 아시아스포츠계에 미묘한 기운이 감돌고, 그로 인해 아시아야구마저 중단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서울대회를 계기로 다시 열기로 한 것은 아시아의 스포츠발전과 역내 우호증진에 더 없는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스포츠의 문호를 활짝 열고 이념과 국경을 넘어선 것을 세계에 밝히고 있는 만큼, 비록 아시아의 행사지만 언제 어디서나 적극 참가하기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야구의 우승은 우리의 노력과 집념이 있으면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스포츠에는 힘과 기술뿐만이 아니라 해낼 수 있다는 의지가 승리의 원동력이 됨을 우리 스스로가 다시금 깨달았다.
물론 스포츠경기에서 언제나 이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승리를 기뻐하고, 패배를 감수할 줄 아는 것이 스포츠정신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야구는 선수자신은 물론이고 스포츠를 즐기는 모든 사람에게 성숙한 참여의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경기장의 무질서, 야비한 관전, 응원태도가 크게 달라진 것은 무엇보다도 귀중한 수확이었다.
국내외경기가 있을 때, 흔히 일어나던 소란은 서울야구를 통해 씻어져야한다.
또 하나의 교훈은 승리는 결코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야구 우승의 밑바탕에는 국민의 야구열, 저변인구의 확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의 스포츠풍토는 어린이에는 꿈을, 어른에게는 용기를 심어주기에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따라서 스포츠인구를 늘리고,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명랑한 분위기가 더한층 번져나가도록 해야만, 다가오는 세계인의 스포츠잔치에서 영광된 보람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세계야구의 우승을 이끌어낸 주인공들에게 다시 한번 기쁨을 전하면서 우리 모두가 한국체육진흥의 주역임을 새삼 다짐하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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