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축산물 유통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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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강원도내 도축·도계장 대부분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위험요소 중점 관리기준(HACCP)’시설을 갖추지 못해 폐쇄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축산물 처리와 유통, 수급도 덩달아 비상이 걸렸다.

도내 각 시·군에 따르면 정부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 생산·공급을 위해 국내의 모든 도축·도계장은 국제 수준의 ‘위험요소 중점 관리기준’시설을 갖출 것을 내용으로 하는 축산물 가공처리법을 지난 2001년 6월 개정, 오는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HACCP란 축산물의 원료·관리부터 처리·가공·유통 등의 모든 과정에서 축산물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하는 제도로 국립수의과학 검역원에서 6개월간의 심사를 거쳐 승인을 해준다. 승인을 받지 못하는 도축·도계장은 1차로 과태료 처분, 2차로 세 차례에 걸친 영업 정지 처분, 3차로 허가 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시설을 갖추려면 수억원에서 1백억여원까지 들어 자금력이 약한 대부분의 도축·도계장이 시설 개조 및 신설을 위한 공사를 시작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다 일부 도축장의 경우 시설 신축을 위해 부지를 추가로 매입하거나 이전해야 하지만 혐오 시설로 인식돼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도내 도축장 13군데 중 HACCP 승인을 받은 곳은 원주·철원 등 2개뿐이며, 고성군이 현재 시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나머지는 도축장 개·증축 및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자금 마련과 부지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강릉·춘천·원주·인제 등 네 곳은 막대한 시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태백시 관계자는 “도축장들이 HACCP 기준을 맞추기 위해 설계를 의뢰한 결과 평균 15억7천여만원이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으나 대부분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도축장인 K산업 관계자는 “현재의 도축장은 시설 기준을 맞추지 못해 80억여원에 달하는 설비 신설 계획을 세우고 이전을 추진중이나 부지 확보를 못해 착공을 못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시유지 등 부지를 알선해주는 행정적인 지원이 없으면 영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영업 중단에 이어 허가 취소로 사실상 도축·도계장의 연쇄 폐쇄가 잇따라 전국적으로 축산물 처리 및 수급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관련 시·군도 수억∼수십억원에 이르는 도축세(거래가의 1%)를 받지 못해 지방 재정에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해 연간 3만9천마리의 소·돼지와 4백만여마리의 닭이 도축장과 도계장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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