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스타벅스에선 커피를 안 판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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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요즘 기업들 광고 또는 홍보에서 문화를 빼놓으면 얘기할 게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인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는 "우리는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판다"고 말했을 정도다. 무슨 문화를 어떻게 판다는 말일까?

Mr.조는 대학 친구들과 자주 만난다. 주로 학교 앞에서 모이는데 만날 때마다 가는 곳이 있다. 10년 전 분위기가 살아있는 카페다. 널찍한 소파가 있고 조명은 은은하다.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속된 말로 그 시절처럼'죽 때리기'가 가능한 곳이다.

대학가는 유행을 가장 빨리 수용하는 곳이다. 그래서 스타벅스 같은 대형 커피체인들이 대학가를 장악한 지 오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타벅스로 인해 커피맛이 업그레이드된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은 드립(분쇄한 원두커피에 중력을 이용해 뜨거운 물을 내려보내 커피를 만드는 방식)커피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에스프레소(뜨거운 물 대신 증기를 분사해 커피액을 추출하는 방식)커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죽 때리기'는 불가능해졌다. 의자는 오래 앉아 있기 불편한 나무로 바뀌었고, 사람들은 커피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선다. 커피 한 잔으로 오래 머물기는 힘들게 됐다.

그럼 이런 곳에서 팔고 있는 문화란 어떤 것일까? 스타벅스 코리아 마케팅 담당자는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스타벅스의 문을 여는 순간 인간의 오감을 충족시키는 것이 문화"라고 말한다. 시각은 특색있는 인테리어, 미각은 커피 맛, 후각은 커피의 은은한 향기, 청각은 편안한 음악, 마지막으로 촉각은 원목의자와 소파의 조화를 통한 느낌이라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Mr.조는 10년 전에도 특색있는 소파와 커피향, 음악으로 가득 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공부를 했다. '문화'까지는 아니겠지만 나름의 분위기가 있었다. Mr.조도 개인적으로 스타벅스 같은 커피를 즐기지만 매장에 들를 때마다 몇 년 전 대학가 카페에서 느끼던 분위기를 찾는 나를 발견하고 쓴웃음을 짓곤 한다. 그들이 파는 문화라는 게 깔끔하고 심플한 분위기에서 딱 할 말만 하고 쿨하게 일어서는 분위기라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오히려 유럽의 커피숍들이 우리의 전통적인 개념과 더 어울린다. 프랑스 파리의 카페엔 의자 몇 개가 놓여있을 뿐이고, 대부분 서서 커피를 마신다. 하지만 한 잔을 시켜놓고 하루 종일 신문을 보고 책을 읽어도 눈치 주는 사람도, 부담 갖는 사람도 없다.

대형 커피 전문점은 점점 늘고 있다. 커피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바뀌면서 사람들은 이제 그런 문화가 익숙해져 버린 듯하다. 이제 Mr.조도 기성세대의 반열에 오른 것일까.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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