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만(창경원사육과장·4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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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0년대 인천고교 재학시절의 생물담당 이원왕(당시 40세가량)선생. 그는 수의사로서의 내인생의 길을 열어준 스승이었다.
당시 1주일에 2시간이 배당되었던 생물시간은 학생들에게『있거나 말거나한 재미없는 과목』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선생께서는 이같은 학생들의 인식에 전혀 개의치 않고 열과 성을 다해 생태계의 신비를 가르치셨다.
선생님의 강의중 가장 흥미진진한것은 강의시간 50분중 10분을 할애해서 들려주는「동물의세계 시리즈」.
선생님깨서 구수한 목소리로 들려주시는「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동물의 세계」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드릴과 감동을 주곤했다.
이같은 마력적인 동물이야기에 매료된 나는 흥미진진한 TV연속극의 다음회를 기다리듯 생물시간을 기다렸다.
선생님의 강의는 독특했다. 그는 대자연의 법clr을 통해 인간의 삶의 지혜를 추출해냈다.그리고 『거짓과 비굴함이 없는 동물세계의 페어플레이정신』을 본받아야한다고 강조하셨다.
선생님은 매년 여름방학이면 나와 몇몇 생물학도(?)들을 창경원등으로 데리고가 현장학습을 시키곤했다.
그럴때면 으레 목청을 돋우시고 동물 하나하나의 생태와 습성등을 신바람나게 설명하시곤했다.
그리고 끝날때쯤이면 경건한 목소리로 강의시간의 마지막 10분처럼 일장훈시를 잊지 않았다.
『동물은 자기에게 은혜를 베푼자에게 절대 배신으로 보답을 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것이 우주의 거대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한 원리이기도 합니다.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은 순리요, 우리는 이순리를 거역해서는 안됩니다.』 58년 대학(서울대농대수의학과)을 졸업한 이후 24년동안 나는 이 가르침심을 새기며 창경원에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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