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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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는 원래 호수 위의 도시다. 16세기 아즈테크족이 이 땅을 지배할 무렵, 텍스코코호 한가운데에 「테노치티톨란」이란 도시를 세웠다. 말(마)을 타고 덤벼드는 외적을 막기 위해서였다.
바로 그 자리에 다시 세워진 오늘이 멕시코시티는 지반이 무른 탓인지 지금도 조금씩 주저앉고 있다. 그런 흔적들을 보여주는 거석의 유적이나 고 건물들은 사방에서 볼 수 있다.
바로 그 멕시코가 최근 나라가 주저앉을 지경이 되었다. 경제파탄 때문이다. 3일자 외신전송사진을 보면 무려 1백만명의 멕시코 국민들이 데모를 벌였다.
멕시코정부가 은행의 국유화조치를 단행하자 이를 지지하는 군중들이었다. 「자유주의 경제」를 구가하는 나라치고는 좀 이색적인 시위다.
요즘 멕시코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아침저녁으로 호텔값 독촉을 받는다. 그처럼 돈값이 떨어지고 있다. 1달러에 2백75페소. 이것은 지난 7개월동안 9배나 오른 시세다. 하룻밤 자고나면 국민들은 흔적도 없이 자기 돈의 절반씩을 도둑맞는 셈이다.
며칠전엔 쿠데타설까지 있었다. 인플레이션이 몰고 오는 혼란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예다.
멕시코는 지난 79년부터 연3년동안 8%의 경제성장을 기록한 「경제우등생」이었다. 게다가 세계 제4위의 산유국. 지난 80년도엔 무려 94억달러어치의 석유를 수출했다. 81년엔 1백33억달러의 원유를 수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결과는 파국일보전이 되고 말았다.
이유는 첫째 멕시코석유의 최대수출선인 미국경제의 저조. 멕시코는 지난해 겨우 70억달러의 석유를 수출했을 뿐이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 따라서 국제수지는 급전직하로 악화.
둘째 이유는 힘겨운 외채. 멕시코는 석유 하나를 믿고 무분별한 「국가공업 개발계획」(79∼82년)을 세웠다. 따라서 무턱대고 외상을 끌어들여 중화학공업에 퍼부었다. 이제 정부가 집계한 공적 책무만해도 5백29억달러. 비공식 집계로는 8백10억달러. 이중 60%의 외채를 준 미국의 고금리는 이중의 부담이 되었다. 멕시코는 월 이자만도 10억달러가 넘는다.
여기에 또다른 이유가 있다면 기술력의 부족. 멕시코는 기술의 축적도 없이 공업화를 서둘러 모든 제품들은 수출경쟁력이 없다.
컬러TV의 수명이 30분, 자동차 속도기의 수명은 주행 l천km일 정도.
그러나 이유는 또 있다. 일당(제도혁명당)독재 50년. 정치부패는 필연적인 산물이다.
결국 오늘의 멕시코는 세자리 숫자의 인플레와 50%의 실업률과 재산의 해외도피 러시현상 속에 휘말려 있다.
그러나 비극은 외채위기 그 자체보다는 그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멕시코 지도층의 의식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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