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받는 리더십-일본의 자민당총재선거(11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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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오는 1l월로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와 일본자민의 총재선거를 앞두고 두나라 행정부의 수반들이 심한 시련을 겪을것 같다. 미국의 경우 경제불황때문에 공화당이 하원의석을 상당히 잃을것 같고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스즈끼」(영목선신)수상의 재선도 쉽지 않을것 같다. 두나라의 사정을 현지특파원을 통해 알아본다.
오는 11월27일로 끝나는 총재임기만료를 앞두고 일본의 집권자민당내에는 서서히 선거바람이 일고 있다.
80년 「오오히라」 (대간지방)전수상의 갑작스런 사거로 자민당총재및 수상의 지위를 물려받은 「스즈끼」(영목선행) 수상은 80년11월 총재선거에서 파벌간의 타협으로 경쟁자 없는 선거로 수상이된 이래 이번 2기연임을 노리고 있다.
「스즈끼」수상이 일반의 예상대로 11월선거에서 다시 총재에 당선되는 경우 「다나까」(산중각형)내각이래 처음 2기연임의 기록을 세우게된다.
그동안 록히드사건의 돌풍에 휘말린 일본정국은 빈번한 파벌간의 이합분산, 상호투쟁으로「미끼」 (삼목무부) 「후꾸다」(수전규부) 「오오히라」 (대십정방)내각이 모두 1기에 그치는 단명으로 끝났다.
금년의 자민당 총재선거는 10월16일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11월23일 예비선거, 11월25일 본선거를 치른다는 스케줄이 이미 결정돼있다.
이번 선거는「스즈끼」수상이「다나까」파의 지지를 기반으로 무난히 재선되리라는 것이일반적인 관측이고 「다나까」 파는 지난달 25일의 연수대회에서 좌파내 실력자 「다께시따」(죽하등)간사장 대리의 입을 통해 이미「스즈끼」정권에 대한 지지의사를 명백히 밝히고있다.
그러나 작년11월의 개각때 「다나까」 파에 의해 비주류파로 밀려난 「후꾸다」파가 현 「스즈끼」내각에 반감을 갖고 있고 「나까가와」(중천일낭)파도 비판적인 자세를 굳히고 있어 「스즈끼」수상의 재선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나까가와」과학기술처장관(57)은 이미 8월31일의 산파연수대회에서 『작년처럼 예비선거도 생략한 총재선거가 되면 일반국민을 외면하고 당원을 실망시키는것이 된다. 훌륭한 총재를 뽑아 교과서문제, 행정개혁, 재정문제등 당면과제를 해결해야하며 그러자면 젊은 뉴 리더그룹이 총재선거에 출마해야한다』 고 자신이 경합할 의사임을 밝혀 파문을 던지고 있다.
일본정치, 특히 자민당내 정치가 파벌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잘 알려진 일.
현재 자민당내 파벌판도를 보면 「다나까」 파가 1백8명의 의원을 거느려 최대파벌로 군림하고 있으며 「오오히라」 파를 이어받은 「스즈끼」 파가 87명, 「우꾸다」 파가 76명, 「나까소네」(중수근강홍)파가53명, 「미끼」파를 이은「고오모떠」(하본민부)파가 42명, 그리고 뉴리더그룹의 일원으로 자력으로 파벌을 형성한 「나까가와」 파가 13명으로 돼있다.
따라서「다나까」파와「스즈끼」파, 그리고 「포스트·스즈끼」를 노리고 「스즈끼」 파에 밀착되고있는 「나까소네」 파등 이른바 주루3파가 단합하면「스즈끼」수장의 재선에는 문제가 없다고도 할수있다.
그러나「나까가와」장관이 출마하는 경우 주류파에 비판적인 「고오모또」 파, 「후꾸다」파가 각각 후보를 낼 가능성이 있으며 이렇게되는 경우「스즈끼」 수장으로부터 원만한 바통터치를 기대하고 있는 「나까소네」행정관리청장관도 출마하지 않을수 없게된다.
이경우 「나까가와」 「고오모또」「나까소네」 등 각 파벌의 영수가 직접 나오겠지만 「후꾸다」파의 경우 「후꾸다」 전수상이「아베」 (안배진태낭) 통산상을 자파대표로 내보낼 것인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써 .이번 총재선거는 예비선거라는 절차를 거치느냐의 여부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그 여부는「후꾸다」파와「고오모또」파의 동향에 달려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스즈끼」수상으로서는 이같은 파벌내의 도전뿐 아니라 행정개혁의 추진, 81∼82년에 걸쳐 6조∼8조엔에 이르는 재정적자, 작년이래 계속되는 경기침체, 최근 심각한 외교문제로 번지고 있는 교과서 문제등 마이너스 요인을 많이 안고있다.
최근 실시한 요미우리(겸빈)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스즈끼」내각의 지지율은 33·4%에 그친 반면 부지지율은47·5%로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같이 어려운 입장에도 불구하고 내년의 록히드판결을 앞둔「다나까」파가「말 잘듣는 스즈끼정권」에 대한 지지를 바꾸지 않는한 「스즈끼」 수상의 2기연임은 무난할 것같다. 「후꾸다」 파는 작년 개각때 「다나까」 파에 밀려났다는 불만외에 전통적으로 「다나까」 파와는 밀접해질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고오모또」파는 「미끼」 수상재직때 「다나까」전수상을 체포했다는 점에서 역시 「다나까」 파와는 손을 잡을수 없는 입장이다.
이밖에 뉴리더그룹의「나까가와」장관도「스즈끼」정권이 각료안배에서 소외시켰다는 불만과 이른바「스즈끼」·「다나까」로 대표되는 보수본류에 여러 정책면에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각파지도자는 누구나 수상을 향한 경쟁에서 이기기를 바라고 있으며 따라서 현재의 체제가 장기화되는데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이를 경계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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