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KDI 경기예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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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개발연구원의 경기전망이 번번이 빗나가 실망이 크다. 겨울에는 봄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봄이 되면 다시 가을쯤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해왔으나 어느 것도 맞는 게 없다.
장·단기 경제예측과 경제발전에 관한 기초연구를 주요업무로 하고있는 KDl가 현실과 거리가 먼 경제전망을 곧잘 내놓음으로써 민간경제계도 어리둥절하고 있다.
KDl는 작년12월에 82년 경제를 내다보면서 원유소비감소로 기름가격이 떨어지고 원자재값 및 임금안정으로 82년3월에는 경기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경제가 불황권에서 벗어나 구매력 증가현상이 나타남으로써 우리 나라 수출도 당연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올들어 3월까지 경기는 더욱 악화, 석달동안 경기동행지수는 계속 떨어졌었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KDI는 지난3월에 82년 상반기에는 두드러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나 세계경기회복에 따른 수출증가 및 실질통화공급의 증가, 기업의 투자수요 증가 등으로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으로 국내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유가가 10%정도 내리면 GNP성장률은 당초 계획했던 7% 성장목표를 무난히 달성하며 수출은 2백42억∼2백4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유가 및 원자재가격 안정으로 국내물가는 유례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으나 경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세계경기가 움트기는커녕 무역환경의 악화현상만이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올들어 조금씩 늘어났던 수출은 4월부터 고개를 숙여 금년에 2백20억달러선도 겨우 달성할 전망이다.
뻔히 보이는 물가의 경우도 그렇다.
공산품뿐만 아니라 식료품가격이 폭락하거나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금년 물가(도매)는 9%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가 한달 뒤인 4월에는 이보다 2·5%포인트나 떨어진 6·5%로 수정, 발표했었다.
지난6월 KDI가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작년12월에 6·9%로 보았던 올해 경제성장률은 내외의 여건에 따라 6%로 하향조정했다.
특히 상품수출은 선진국 경기회복과 상반기 중 지속적인 환율유동화 등으로 약 10%의 실질증가를 예상했었다. 올들어 지난달30일 현재 수출실적은 1백35억2천만달러로 작년동기대비 0·9%증가에 그쳤다.
실질증가는 이보다 훨씬 낮다. 더우기 같은 기간에 신용상내도액은 1백9억6천만달러로 작년보다 8·5%나 줄어들어 올해10%(실질)의 수출증가를 이룩하기는 매우 어려운 전망이다. 이렇듯 주요 경제전망이 자주 빗나감에 따라 KDI도 자료작성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8월초에 있을 예정이었던 3·4분기 경제전망 발표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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