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부패가 경제 활력 잃어버리게 하는 원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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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란

박근혜 대통령이 부패와 적폐를 경제 살리기의 ‘원흉’으로 지목했다.

중국 BTV(베이징 방송)가 지난 23일 방영한 ‘양란방담록(楊瀾訪談錄)’이란 프로그램에서 박 대통령은 “부패라든가 적폐라든가 이런 것은 결국 국민의 힘을 빠지게 하는, 경제의 활력도 잃어버리게 하는 원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취임 후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그동안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적폐, 부정부패 이런 흔적들이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입힐 때 가장 힘들었다”며 “‘우리 후손들에게 남겨져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제 임기 중에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박 대통령은 “나중에 내 임무를 마치고 (대통령을) 그만뒀을 때의 바람은 딱 하나”라며 “근본적으로 나라가 안정 속에서 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부분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지 않고 사는 게 내 유일한 희망이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 사회적 적폐를 해소하는 것, 불공정한 모습을 바로잡는 것 이런 부분에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그 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하기도 힘들고 행복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끊임없이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역량에 따라 국민이 자기의 일을 찾아 할 수가 있다. 모든 것을 다해 줄 수는 없지만 기초적인 부분에 있어서 불안과 고통은 해소가 되어야 되지 않느냐는 부분에 있어서도 힘쓰고 있다”며 복지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철학인 ‘신뢰외교’의 뿌리로 퍼스트레이디 경험을 꼽았다. 박 대통령은 “어머니(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쌓았던 경험이 지금도 알게 모르게 힘이 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친구 사이에도 그렇고, 국가 정상 간에도 그렇고 배려와 신뢰와 역지사지(易地思之·입장을 바꿔 생각함)의 생각, 서로 같이 공동 발전하려는 좋은 의지 이런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제 외교정책의 기조가 신뢰외교”라며 “그런 것(경험)을 쭉 보면서 또 느끼면서 마음에 켜켜이 소중한 경험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뢰외교에 대한 의지가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BTV는 중국어로도 출간된 박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를 소개하며 “청와대 안살림을 도맡으면서 최선을 다해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사를 보좌했다. 그러는 사이에 아버지로부터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수업을 배웠다”는 대목을 인용했다. 박 대통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 많은 여성 지도자가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상황이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논평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중국어로 “동의한다(我同意)”고 답한 일이 있다.

당시 “여성 지도자가 많은 나라는 청렴도도 높고 정치에 대한 신뢰도 상당히 높다. 여성은 위기에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특징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세계적인 금융위기 때 유럽의 경제 재건에 크게 기여한 메르켈 독일 총리라든가, 영국병을 치유한 대처 수상이라든가 이런 분들이 위기에 강한 여성 리더십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예로 들었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조사에서 4년 연속 1위를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해 11위에 올랐다.

 청와대는 ‘중국의 오프라 윈프리’로 불리는 양란(楊瀾) 양광미디어 회장이 박 대통령과 한 인터뷰 전문을 24일 공개했다. BTV는 지난 9일과 23일 1·2부로 나눠 인터뷰를 방영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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