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합승 금지의 보완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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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택시 합승 행위가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9월 11일을 앞두고, 러시아워의 택시 승차난, 운전사의 수입 감소 등 이 조치 실시에 따른 부작용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갖가지 보완대책이 제시되고 있다.
서울시는 러시아워의 승차 난 해소를 위해 개인택시의 증차, 부제조정, 좌석버스 노선의 재편 및 예비 차의 활용 등을 서두르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운전사의 생계비 보장을 위한 월급제 시행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 합승을 금지해야 한다는 원칙에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한마디로 그렇게 하는 것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실시의 D데이를 9월 11일로 잡은 데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의문은 지하철 2, 3, 4호 건설공사로 서울의 도로사정이 최악인 때에 합승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우선 시민교통에 큰 불편을 줄뿐 아니라 택시운전사에 대한 생계비 보장 등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채 이 조치를 강행하면 노사분규, 난폭 운전, 취업거부 등으로 결과적인 피해가 시민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오고있다.
러시아워의 택시 승차 난은 당국이 제시한대로 현행 10부재를 15부제로 환원하는 일과 개인택시 승차 및 좌석버스의 노선 불균형 시정 등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수송력이 큰 좌석버스의 중간 회차 등 노선조정이나 예비 차 활용은 운용여하에 따라 많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시민들의 승차 난은 그렇다 치더라도 택시운전사의 실질소득 감소에 대한 대책은 기실 막연한 실정이다. 서울시의 경우 택시 총 대수는 3만 84대며, 그 중 개인택시, 한시택시를 뺀 이른바 회사택시는 3분의 1인 1만대에 이른다. 합승행위, 난폭 운전 등으로 항상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이들 법인택시 운전사들이다.
합승금지로 회사택시운전사 한사람의 수입감소는 약 15만원쯤 될 것이라는 게 당국의 추산이다.
30만원 내외가 되는 이들의 월수 가운데서 반쯤이 줄어든다면 예사 일은 결코 아니다. 이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난폭 운전·취업거부 등 부작용에 대비한다는 뜻에서 뿐 아니라 사회복지란 측면에서도 이 문제가 안고있는 심각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고정 월급제가 실시되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안역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그 일이 말처럼 간단치는 않다.
월급제 실시가 잘 안 되는 까닭이 반드시 택시업자와 운전사간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 문제를 단순히 교통행정의 측면에서 파악하려고 하기 때문에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월급제 실시를 둘러싼 분쟁은 결국 나누어 가질 몫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가 된다. 합승을 금지하려면 그로 인한 수입감소를 보전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
오래 전부터 거론된 대로 개인택시보다 많은 법인택시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차제에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교통문제가 교통부나 서울시의 문제일 수만은 없다. 세금을 다루는 부처에서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대응을 할 때라야 이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꼭 시행해야 할 일이라면 시기를 빨리 잡은 것에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합승행위가 어떤 의미에서 건 우리사회의 한 단면 비슷하게 뿌리를 내렸던 점을 감안해서 과욕을 부리는 일은 삼갔으면 한다.
급격한 변화나 쇼크요법이 더 큰 효과를 내라는 법은 없다. 단속 역시 건수를 위주로 하거나 집중적으로 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고 운용의 묘를 살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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