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4.1이닝 7실점 이적신고 면목 없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 첫 게임에서 7실점하고 강판된 박찬호가 굳은 표정으로 땀을 닦고 있다. [피츠버그 AP=연합뉴스]

부끄러운 데뷔전이었다.

박찬호가 4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고 첫선을 보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에서 4와3분의1이닝 동안 8피안타.7실점했다. 타선의 지원으로 패전투수가 되진 않았지만 자신과 주위의 기대에 못 미친 투구였다.

박찬호는 경기가 끝난 뒤 "타자를 몰라 힘들었다"며 리그를 바꾼 뒤 첫 등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1회 말 수비 실책이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됐고, 결정적인 순간에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경기의 일부분이다.

박찬호는 10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새 팀에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박찬호의 긴장감은 1회 말 첫 타자 크리스 더피에게 안타를 내주고, 후속 프레디 산체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첫 단추를 잘못 꿰고 말았다. 이어 조디 거룻에게 적시타를 허용했고, 이 타구를 우익수 브라이언 자일스가 3루에 악송구하면서 순식간에 2점을 주고 무사 3루의 위기에 몰렸다. 제이슨 베이를 3루 땅볼로 유도했지만 3점을 내주고야 1회를 마쳤다.

3회 2사 후에는 제이슨 베이에게 무심코 던진 초구 변화구가 밋밋하게 떨어지면서 홈런을 허용했고, 투구의 템포를 조절하지 못해 2루타와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줬다. 박찬호는 5-5 동점이던 5회 말 선두타자 볼넷과 1사 후 연속 안타로 2점을 더 내줘 5-7로 뒤진 상태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파드리스 타선은 6회 초 칼릴 그린의 2점 동점 홈런으로 박찬호의 패전 멍에를 벗겨줬고, 에릭 영의 적시타로 역전(8-7)에까지 성공했지만 9회 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8-9로 졌다. 박찬호는 이날 3회 말 라이언 더밋을 상대로 던진 5구째 직구(볼)가 97마일(약 156㎞)로 전광판에 찍혀 보는 이의 눈을 의심하게 했다.

박찬호는 "초반에 몸이 안 풀려 힘들었다. 이닝을 끝내야 할 시점에서 타자를 잡지 못해 실점이 많은 것이 아쉽다. 타자들이 많은 점수를 뽑아줬는데 지키지 못했다. 남은 선발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7이닝을 5피안타.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의 지원이 없어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김병현은 볼 끝이 좋았고 슬라이더가 예리했으며 마운드에서의 자신감도 좋았다. 김병현은 2-1로 앞선 7회 말 동점을 허용해 아쉬움을 남겼다. 로키스는 9회 초 결승점을 뽑아 3-2로 이겼다.

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