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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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박완서씨(소설가)=한마디로 잔혹한 일이다. 이들을 탈락시킨 곳이 다른 기관이 아닌 사법부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우리나라처럼 신체장애자에 대한 편견이 심한 나라도 드물다.
이 그릇된 편견을 바로잡고 법의정신으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곳이 사법부가 아닌가 법관은 꼭 이득구비가 훤칠하고 위엄이 있어 보여야만 하는가. 신체장애자는 법을 시행할 능력이 없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탈락된 당사자들 보다도 부모들이 얼마나 충격이 컸겠는가를 생각할 때 자식을 둔 부모의 한사람으로 가슴아프다.
▲황연대씨(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장)=이들 4명이 법관임관에 탈락된 뒤 모두 나를 찾아 왔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실망보다 현재 불구를 딛고 열심히 공부중인 다른 많은 학생들이 받을 충격과 실망을 걱정했다.
작년이 신체장애자의 해로서 「완전참여와 평등」이 모토였다. 또 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되어 어떤 사회활동에서도 불이익한 처분을 안받도록 되어있다.
법을 집행하고 정의를 옹호하는 기관에서 이런 부당한 처분이 내려졌다는데 깊은 실망을 느꼈다.
협회에 진정서가 접수되는 대로 탈락경위, 앞으로의 대책 등을 공식적으로 사법부와 이야기 해보겠다.
▲안명기변호사=법관임용에서 탈락한 사법연수원수료생4명 모두가 지체부자유자라는데 충격을 받았다.
원칙적으로 신체상의 결함은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으면 문제될 수가 없다.
특히 판사의 경우는 검사와 달라서 기민성이나 활동성이 크게 필요치 않은 정적인 직업인만큼 지체부자유가 문제될 수는 없다. 과거 대법원장까지 지낸 김병노씨나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던 이인씨가 모두 지체부자유자들이었다.
또 현직에도 몸이 부자유스러운 법관들이 있다. 이들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은 들어본 일이 없다.
법과계통에 유난히 신체부자유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4명에 대한 무더기 탈락은 현재 법학을 공부 중인 학생이나 사법시험을 준비중인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 기회가 있으면 이들을 구제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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