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예술의 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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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문화의 전반적인 부조가운데서도 영화는 특히 문제가 크다.
영화산업자체의 부실은 두말할 것이 없고 영화의 예술성, 흥행, 유용, 윤입, 검열 등 문제 거리가 아닌 구석이 없을 정도다.
통계숫자에 나타난 상황을 보아도 너무나 확실히 비쳐진다.
81년 한해동안 제작된 영화는 모두 87편으로 이는 지난 10년 사이의 최저수준이다. 71년에 만들어진 영화가 무려 2백2편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실로 2백40%의 낙후실적이다.
뿐더러 그 87편 가운데는 상영되지 않은 것이 30편으로, 영화계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설명한다.
작년 한해동안 전국에서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4천4백44만명에 입장수임은 87억5천7백만원으로 80년에 비해 모두 현저히 감소했다.
그 결과 전국의 영화관 숫자도 해마다 줄어 79년에 4백99개였던 것이 81년엔 4백40개였다.
이 같은 전반적인 영화산업의 퇴조는 우리의 문화적 빈곤을 상징하는 것으로 문화당국이나 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특히 그간 낙후를 면치 못했던 일부 국가 중에도 인도가 작년에 7백50편, 중공이 1백여편의 영화를 제작해 질·량으로 획기적 발전을 기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문화정책의 빈곤을 통감하게된다.
물론 그간에도 염화산업의 진흥에 관해 정책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제작업의 허가제와 엄격하고 답답한 검열제가「외화수입쿼터제」의 문제와 함께 영화계 건전 발전에 적지 않은 장애로 작용했던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계류중인 영화법 개정안이 영화제작 자유화 원칙과 외화수입의 합리화를 위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음은 다행이라 하겠다.
또 말썽이 되어왔던 검열제도 그동안 다소 개선되어 영화의 예술적 표현의 확대에 기여해왔던 것을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최근 보도된 바로는 지난주부터 검열은 다시 강화되어 엄격 주의로 희귀했다고 한다. 이는 이유가 어떻든 환영할 일만은 아니다.
그 회귀의 이유는 물론 완화된 검열의 틈을 이용해 저질, 퇴폐, 불륜한 영화가 마구 쏟아지고 있는데 대한 제어수단으로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어느면 납득되는 바도 있다. 영화제각자들이 표면엔 영화예술이나 권선징악, 또는 윤리성을 내세우면서 알맹이는 섹스와 폭력과 눈물로 뒤범벅을 만들어 저속한 감점에만 영합하려드는데 문제가 있다.
그런 영화계의 제작태도가 반영되어 지난 7월의 영화흥행실적은 비약적인 증가를 보였다. 무려 1백44만명의 관객이 몰려 지난 4월이나6월에 비해 90%의 증가를 나타냈던 것이다.
이는 영화업계의 외면적 발전이란 측면에선 긍정적인 사태다.
영화가 관객을 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성공이란 의미에서다.
그 성공은 물론 당국이 걱정하는 외설표현이 크게 공헌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견표현 한가지만으론 관객을 그처럼 크게 끌 수는 없으리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엄격한 검열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섹스표현이 이런 관객동원에 공헌하는 것은 물론이겠으나, 그 과감한 표현이 영화예술자체의 진보성과 박진성을 향상시켜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을 높일 수 있었다는 생각도 한다.
영화예술은 바로 그 같은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검열의 엄격화 회귀는 신중한 재고가 있어야겠다.
물론 영화인자신의 자질향상과 자각은 더욱 중요한 일이다.
검열이 다소 완화되었다고 흥행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예술인으로서의 생명인「작가정신」을 송두리째 내동댕이치고 섹스와 폭력에 무분별하게 몰입하는 영화인은 예술적 양심을 저버린 무책임한 장사꾼일 뿐이다.
그런 사정을 깨달아 당국과 영화업계가 스스로 자제하고 양보하는 정신에서 우리영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할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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