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바둑은 수순 … 31~33 논리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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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6강 토너먼트> ○·이세돌 9단 ●·랴오싱원 5단

제5보(31~35)=바둑은 수순. 그런 말이 있다. 당연하다 싶다. 반상은 착수교대의 원칙이 지배하는 동네. 1 다음에 2 오고, 다음에 3, 4 오가는 동네. 질서가 엄연하다.

 질서는 본래 수(數)와 관련이 깊다. 한자(漢字)로 숫자는 산(算)가지를 하나, 둘, 셋 쌓아놓은 데에서 왔다. 一, 二, 三. 사(四)도 원래는 잔가지 네 개를 쌓아놓은 것을 그렸다.

 그러니 순서를 잘 밟으면 반상의 질서는 쉽게 얻을 수 있다. 질서를 잘 찾는 사람을 고수(高手)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적 개념으로 대체하면 패턴을 잘 찾는다고나 할까.

 상변 31~35가 만만찮은 ‘질서 찾기’였다. 수순이었다. ‘참고도1’과 같이 상변 침입을 먼저 하면 백은 변화한다. 좌상귀를 주더라도 상변 키운 게 크다.

 ‘참고도2’ 1~3은 실전인데 여기서 백은 고민한다. 실전의 34냐, 아니면 여기 4와 같이 차렷 자세 나라비를 서느냐. 이 9단은 참고도보다 실전을 택했다. 중앙을 중시한 것이다. 일리가 있다. 흑은 현재 4귀생을 마친 상태. 귀를 양보한 백은 승부를 중앙에서 찾아야 한다.

 실전을 보자. 35 붙이니 흑의 활로는 어렵지 않을 듯하다. 백도 그리 튼튼한 거 같지 않다. 상변마저 흑에게 들어가면 백은 어쩌나. 그래도 백이 할 만한 형세인가.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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