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사제 도입하니 … 기술 명장 6명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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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두산중공업의 ‘마이스터’로 선정된 김영관(왼쪽) 기술수석차장, 조만철(가운데)·김영배 기술차장이 도면을 보며 생산 과정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 두산중공업]

이공계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게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다. 하물며 기름때 묻혀가며 일하는 현장 기술직이야…. 물론 예외는 있다. 바로 두산중공업의 현장 기술직이다. 두산중공업은 2011년 현장 기술직군의 성장을 돕는 ‘기술직 신(新)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업의 특성상 현장에서 갈고 닦은 ‘살아있는 지식’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기술 전수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하지만 현장 기술직에 대한 처우는 상대적으로 박했다. 이런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할 제도가 바로 신 인사제도였다.

 먼저 ‘현장 매니지먼트 트랙’. 현장 기술적으로 입사한 직원들도 사무직처럼 똑같이 임원승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시행 후 처음으로 올 6월 생산 출신인 이상원(55) 터빈2공장장이 ‘상무’를 달았다. 또 다른 성장 경로는 ‘기술전문가 트랙’. 각 분야의 최고를 뽑아 능력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두산중공업은 ‘엑스퍼트(전문가)’-‘마이스터(명장)’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꾸렸다.

 2300여 명의 현장 기술자 가운데서 6명의 명장을 가리기 위해 별도의 기술평가위원회도 마련했다.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선 최소 15년간 한 분야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동료들의 평가를 우선 반영했다. “같은 현장이라도 하는 일에 따라 기술의 우열을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동료과 회사가 인정한’ 두산의 첫 마이스터는 선발의 어려움 때문에 당초 7월 발표를 4개월이나 늦춰야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마이스터로 뽑힌 장인들에게 기술장려금과 함께 사내대학 전액 지원과 해외 현장 기술연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4~5년 안에 마이스터를 50명까지 확대 선발해, 후진양성을 위한 기술전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첫 마이스터의 영예를 안은 김영관 기술수석 차장은 “다른 훌륭한 분들도 많은데 선정돼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인문계인 대산고를 졸업하고 1981년 한국중공업으로 입사했다. 정부가 중화학공업 산업 구조조정을 하면서 현대양행이 정부 소유의 한국중공업으로 바뀌었을 때였다. 배치된 사업부는 회사 내에서도 비(非) 선호 부서로 꼽히는 비파괴 검사팀. “초음파가 뭔지도 모르고”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가 하는 일은 원자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핵심부품 이음새에 문제가 없는지, 내부에 이물질이 유입되진 않았는지를 초음파로 하나씩 확인하는 일이다. 2001년 3월 두산이 한국중공업을 인수한 뒤로도 한길만 걸었다. 김 차장은 “5~6년차의 후배들의 능력이 출중하다”며 “이들이 5~6년 뒤 팀의 주축이 될 수 있도록 퇴직 전까지 최선을 다해 기술을 전수해주는 것이 회사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접 33년의 달인 이흥재(53) 기술수석 차장, 기계조립 30년 전문가 이광우(55) 기술차장, 보일러 장비조작 32년 경력의 조대형(58) 기술차장, 제관 기술 29년의 김영배(54) 기술차장, 원자력 1공장 용접 경험 27년의 조만철(53) 기술차장 등도 마이스터로 선정됐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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