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국악으로 우리 민족 아우르고 싶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 ‘아리랑 낭낭’단원들. 왼쪽부터 김은희·김소영·김연화·박연영·변아경·윤은화·오계월씨. 김성룡 기자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을 통해 남북한 주민들과 중국 동포들 간의 정서적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통일의 실마리도 마련됐으면 합니다."

중국 옌볜(延邊) 출신의 20대 여성 7인조 국악 밴드가 탄생했다. 서울대.중앙대 등에서 국악을 전공하고 있는 옌볜 출신 유학생 김은희(28.중앙대).김연화(27.중앙대).윤은화(22.서울대)씨 등 7명은 최근 '아리랑 낭낭'이라는 국악 밴드를 결성하고 같은 제목의 음반을 발표했다. 모두가 옌볜대 음대 동창생들이다.

이 음반의 주제는 아리랑. 밀양.진도.강원도 아리랑 등 우리에게 익숙한 남한의 아리랑과 북한 주민들이 모내기할 때 부르는 '랭산모판 큰 애기 아리랑', 옌볜의 '장백 새 아리랑' 등 모두 11곡의 아리랑을 노래했다. 장구.해금 등 전통 악기 반주도 이들이 직접 맡았다.

이들이 모임을 결성하고 음반 제작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1월. 전통 음악 관련 음반을 제작해 온 신나라레코드사의 제안을 계기로 남북한과 중국 동포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해 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한민족아리랑연합회로부터 각 지역 아리랑에 대한 정보를 모았고 고향인 옌지(延吉)시 조선족예술단 황창주 단장에게 편곡을 부탁했다.

"연습 기간이 충분치 않았지만 아리랑이란 노래가 한민족인 멤버들 몸에 배어 있어 음반 제작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이들은 옌볜 지역 상류층 가정에서 자란 음악도로 중국 내 각종 콩쿠르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우리 민족 고유의 음악인 국악을 공부하기 위해 남한으로 유학왔다. 북한이나 중국의 국악은 원형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경우 국악에 쓰이는 악기도 독주용, 합주용 등으로 세분화 되고 심하게 변형돼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남한은 국악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장구를 맡고 있는 윤은화씨는 "북한이나 옌볜 지역에서는 국악이 음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데 남한에서는 서양음악이 더욱 중시되고 관심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리랑 낭낭'은 9월 말 비무장지대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아리랑평화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국악 모음 음반 제작도 준비 중이다.

보컬을 맡고 있는 김은희씨는 "한반도 통일의 실마리가 저희가 추구하는 음악에서 마련될 수도 있을 거예요. 남북한 주민들이 저희 음악을 들으면서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좋고요"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acirfa@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