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레이거노믹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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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요. 농담 마시오-.』 근착 시사주간지에 실린 미국경제에 관한 기사의 한 귀절이다.
정부당국의 발표로는 분명히 지난 2·4분기동안에 GNP가 1.7% 성장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반응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전문기관들의 예측으로도 미국경제는 바닥에서 일단 벗어나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회복궤도로 진입할 것을 점치고있다.
금리도 최근 14.5%로 80년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고 특히 인플레는 현저하게 진정되었다.
「스토크먼」예산국장은 이 같은 점들이 바로 레이거노믹스가 주효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시민들의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일반적인 신뢰도는 최근 들어 점차 퇴색하고 있다. 우선 미국경제의 심장부라는 월스트리트부터 냉담한 반응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달 들어 금리가 15%로 1% 내리자 단 하루 반짝했던 주가는 그 다음날로 이내 허물어져 내리기 시작해 2년 전의 수준보다도 더 떨어져 버렸다.
불황의 심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해주는 실업률이 5월의 9·5%에서 다시 뛰어올라 7월말 현재 9·7%를 기록하고있는 것이다.
실업자수는 무려 1천80만명으로서 2차대전 이후최악의 사태다.
정부당국에서는 경기회복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실업증가현상이라고 궁색하게 변명하고 있으나 이를 믿기에는 눈앞에 닥치고 있는 궁핍한 현실이 너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 오히려 오는 가을쯤에는 실업률이 10%선을 넘을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유일하게 희망적인 지표는 인플레뿐이다. 1년 전에 10·7%에 달했던 것이 최근 들어서는 7·1%선까지 진정되었다. 레이거노믹스가 자랑하는 유일한 경제지표다.
그러나 비록 인플레 수습에는 성공했다 할지라도 여기에 지불된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다.
우선 GNP성장률을 봐도 금년1·4분기부터 상승국면으로 반전되긴 했으나 6월말 현재의 숫자는 1년 전에 비해 2·2%나 밑돌고있다.
미국산업의 동맥이라는 자동차판매 실적은 1년 동안 10·2%가 감소했고 주택건설 역시 12·4%나 줄어든 형편이다.
한편 10%의 소득세감면을 통해 구매력이 늘어나길 기대했지만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는 기미는 아무데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전국적인 백화점 체인을 가지고 있는 시어즈나 뢰백의 7월중 매상고를 봐도 여전히 신통 찮은 상태다.
기업들은 종업원들의 봉급을 평균 3%점도 밖에 올려주지 앓았는데도 수지호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인더내셔널 하베스더와 같은 대기업까지 적자경영에 허덕이는가 하면 동 산업부문은 금세기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다. 매주에 4백50여 개의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실속 있는 기업들도 여간해서 신규투자를 꺼린다. 그 결과 금년의 투자증가율은 2%선에 그칠 전망이다.
기성기업들의 가동률이 70%선에 머무르고있는 실정이니까 말이다.
레이거노믹스의 선봉장인 재무장관 「리건」이나 예산국장 「스로크먼」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스태그네이션의 과도적인 진통』이니 『장기적인 정책의 성패를 판가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1년6개월이 지나면서 당초의 설득력이 상당히 감퇴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편 행정부의 재정적자는 미국역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오는 9월에 끝나는 82년 회계 연도의 재경적자는 무려 1천89억 달러. 작년보다 갑절이 늘어난 수준이다. 이대로의 추세라면 83년에 가서는 1천4백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계획으로는 83년에는2백10억 달러의 세금이 더 걷힐 것이고 84년에 가서는 3백50억 달러의 세수증대를 기대하고 있으나 생각대로 될지 의문이다. 현재로는 당초 기대했던 것처럼 「감항조치를 통한 세수증대」의 기미는 별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BOA가 조사한 세계경제전망자료에도 미국경기는 금년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내년에는 3%점도의 플러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래봐야 GNP규모는 작년 수준정도로 되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GNP의 증가율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반전된다하더라도 실업자의 급증세를 꺾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인 상태다.
아무튼 레이거노믹스는 최근 들어 한층 더 난처한 입장이 되고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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