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랩어카운트, 더운밥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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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03년 도입 후 2년 동안 고객들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종합 자산관리 계좌) 상품들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연초만해도 바닥을 기던 수익률이 증시 활황 덕에 수직상승하면서다. 일부 상품은 올들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의 두배 넘는 수익을 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최근 급증한 부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보다 다양한 신상품 개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맡긴 자산을 증권사가 알아서 굴린 뒤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지만, 지난해까지는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등의 이유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수익률 기지개=지난 해까지도 대다수 랩어카운트 계좌의 누적수익률은 5%을 밑돌았다. 괜찮다는 상품도 10%를 넘기기 힘들었다. 그러나 올해 주가가 급등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투자증권의 Wm랩(밸류플러스형)의 경우 올들어 지난 7월 말까지 평균 수익률이 47.93%에 달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맵스랩은 같은 기간 평균 36.8%, 대우증권 마스터랩추세형은 29.12%의 수익률을 각각 거뒀다. 이밖에 동양종금증권의 '마이랩' 수익률도 지난해 말 14%에서 7월 현재 34.46%로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의 수익률 고공행진에 비해 수탁액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랩어카운트 상위 8개사(현대.우리투자.대우.굿모닝신한.한투.미래에셋.삼성.대신)의 수탁액은 지난달 22일 현재 3조3730억원으로 지난 3월 말( 2조9700억원)에 비해 4030억원 불어나는 데 그쳤다. 삼성증권의 경우 1월 초 3500억원에서 지난달 말에는 1500억으로 뒷걸음질치기도 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정수 고객자산운용지원팀 과장은 "올들어 모처럼 수익률이 상승하자 이를 처분하는 고객이 많아진 것이 수탁액이 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가입하려면= 펀드와 비슷하게 증권사마다 성장형.배당형.인덱스형 등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춰 놓고 있다. 따라서 가입 전 자신의 투자 성향을 따져보고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가입하려면 적어도 3000만원 이상의 목돈이 필요하지만 최근에는 대우증권처럼 1000만원으로 가입 문턱을 확 내린 것도 있다. 굿모닝신한.대신.대우.한화증권 등은 한꺼번에 목돈을 넣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다달이 일정액을 붓는 적립식 형태의 상품도 선보였다.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최근 활황장세를 겨냥해 목표수익률(가입뒤 6개월내 수익률 5%)이 달성되면 조기에 상환하는 상품도 이달 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수수료는 대개 위탁금의 2~3% 정도지만, 이익을 초과 달성하면 성과 수수료를 더 받는 곳도 많으니 가입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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