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MBC의 엽기적인 성기노출 생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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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그저께 MBC '음악캠프'에서 펑크 그룹 '럭스'의 퍼포먼스팀 멤버 두명이 바지를 벗고 춤을 추는 장면이 6초가량 생방송됐다. 방송심의규정상 청소년 시청 보호시간대인 오후 4시 프로그램에서 알몸 모습이 여과 없이 방송된 것이다. 여중.고생 방청객이 지켜보고 안방에서 가족들이 시청하고 있는데 어떻게 나체춤이 버젓이 연출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네티즌의 지적처럼 시청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퍼포먼스 멤버 중 한 명은 일본 극우파의 상징물인 '욱일승천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착용했다고 한다. 또 여러 정황상 사전 계획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상의 공영방송이 시청률만 의식해 사회적 책무를 포기하는 이런 행태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지상파 방송에서 성기를 노출하는 장면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충격적인 사고다. 방송사는 홈페이지와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과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8년 전에도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에서 한 록그룹이 상스러운 손짓과 카메라에 침을 뱉는 돌출행동을 한 적이 있지 않은가. 전비에도 불구하고 재발한 것은 방송사가 시청자를 얼마나 깔보는지 알 수 있다. 불상사가 발생하면 통제가 불가능한 생방송 도중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상황이었다는 변명이 MBC의 상투적인 수습책이 아니길 바란다.

반사회적이고 풍속에 어긋나는 프로그램의 방송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방송사의 자발적인 규제에 맡겼다가는 시청자들은 언제 또다시 엽기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에 분노할지 모른다. 방송법에 물의를 유발하는 방송사와 출연자를 제재할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