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 멤버, 방송은 클럽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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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펑크록을 지향하는 인디밴드 럭스와 이들과 호흡을 맞춰 춤을 췄던 카우치 멤버 두명. 이들은 방송 초유의 일을 저질렀다. 이 초유의 일은 이들을 보지 못했거나 알지 못했던 수많은 일반인들조차 단 10초만에 이들을 일시에 알게 만들었다.30일 오후 4시18분께 MBC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럭스가 노래를 부르는 도중 카우치 멤버 두명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을 벌였다. 카메라로 다가 가 갑자기 상하의를 벗어 성기 등 자신들의 알몸을 온국민에게 보여줬다. 이 장면을 본 시청자는 현실이 아닌듯 자신의 눈을 의심했고 진행자의 사과 멘트가 나온 뒤에야 현실임을 직시하고 어떤 이는 충격으로, 어떤 이는 경악으로 반응을 드러냈다. 토요일 오후를 충격과 경악으로 몰고 간 럭스와 카우치 멤버들은 곧 바로 경찰에 인계됐다. 그리고 럭스의 한 멤버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평소에 흥이나는 대로 했다. 다음부터 방송에 안나오겠다" 방송으로 흘러나온 이말은 충격에 휩쌓인 많은 이들을 더욱 더 분노로 몰아갔다. 더운 여름 토요일 오후에 벌인 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베이비 붐 세대인 젊은이들이 반항과 이상의 음악을 지향했던 1960년대 미국의 상황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떠 오른다. 이 시대에 기존의 견고한 보수적 기성세대의 인식과 기존 정치체제, 상황에 염증을 느끼던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자유를 갈망했다. 이 갈망은 일부 젊은이들에게 마약과 성개방으로 대변되는 일탈로, 때로는 기존 정치체제에 항거하는 학생운동으로 표출됐다. 젊은이들의 이같은 행동은 기성세대와 마찰과 갈등을 거듭하며 사회적 문제화됐고 미국 사회는 이 갈등을 통해 사회의 지평을 한단계 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음악 특히 저항을 담은 노래를 하는 로커와 포크송 가수들이 이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들 음악인들은 음악을 통해 금기에 도전했고 이상을 노래했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사회의 억압을 질타했고 평화와 자유를 갈구했다. 음악을 하는 이들은 늘 상식으로 가둘 수 없는 자유의 영혼을 갖고 있다. 내적 열망을 오선지에 가둘 수도 없다. 그래서 이들은 공연중에 자신이 연주하는 기타를 부수고 옷을 벗어 던졌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을 수용하고 이들의 사고와 행동, 음악을 공유하는 공간내에서 금기에 대한 도전을 행했다. 방송에서 공연장에서 행했던 모습을 드러냈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없다. 방송은 클럽이 아니다. "클럽에서 평소한던 대로 했다" 는 한멤버의 말을 보도와 인터뷰로 접하면서 이들이 진정한 자유와 저항을 노래하는 음악인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그야말로 형식주의와 또 다른 상업주의에 물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하나의 깜짝 이벤트로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충격 마케팅을 하는 일부 가수들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비교가 안될만큼 훨씬 더 상업적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생방송인줄 몰랐다"는 말은 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 방송 그것도 불특정다수에게 노출되는 지상파 방송과 한정된 공간에서 행하는 음악인의 행동은 똑같은 것이라 할지라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부정하면 방송에 애초에 나오지 않아어야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 차이를 무시했다. 그 차이의 무시는 그들의 음악을 정말 이해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일반인 다수에게는 정신적 공황에 가까운 충격으로 몰고 갔다. 그 충격은 분명 많은이로 하여금 그들이 지향했을 지 모를 자유와 저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정반대인 정신적 황폐함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이들에게 상식과 방송법을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 벌인 이들의 이벤트는 건강한 상식을 가진 시청자에게, 그리고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쳐가는 음악인들에게, 그리고 다양성을 확보하기위해 노력한 방송인들에게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카우치 멤버들은 알아야한다. 방송은 클럽이 아니다. 방송은 그대들의 행동을 다양하게 수용하고 해석하는 수천만명의 시청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다. 그대들의 행동에 이해하고 열광으로 화답하는 클럽을 찾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클럽을 찾는 사람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의 엄청난 규모 그것도 그대들의 음악과 춤, 행동을 이해못하는 수많은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생방송 도중 카우치 멤버가 알몸을 노출을 하는 장면(왼쪽)과 이들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장면. 사진=마이데이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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