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게임 점입가경… 금감원·헤르메스 '주가조작 혐의'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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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삼성물산 주가 조작 혐의를 둘러싸고 금융감독원과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가 진실게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금감원이 22일 헤르메스를 검찰에 고발한 뒤 헤르메스의 반박과 금감원의 재반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검찰 고발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언론을 이용한 주가 조작'에 대해 헤르메스는 "삼성물산에 대한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어떠한 보도자료도 낸 적이 없고 기사가 나오도록 유도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헤르메스는 M&A설이 지난해 10월 삼성물산의 김모 상무가 전국경제인연합회 포럼에서 "헤르메스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M&A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고 말한 이후 언론에 보도됐다며 책임을 삼성물산에 돌렸다.

그러나 금감원은 "헤르메스 펀드매니저와 국내 증권사 대리가 10여 개월에 걸쳐 대화와 전화 통화 등 연락을 취하며 주가 조작을 모의한 정황과 근거는 분명하다"며 "이들이 언론에 M&A설을 흘린 것만 모두 일곱 차례"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주식을 전량처분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헤르메스가 한 유력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 내용도 쟁점이다. 헤르메스는 "M&A 관련 보도가 계속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인터뷰를 자청했다"며 "녹취록을 보면 헤르메스 펀드매니저가 '적대적 M&A 세력을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분명하게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M&A설을 바로잡기 위해 인터뷰를 시도했다고 하지만 당시 인터뷰 녹취록 어디에도 이 같은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헤르메스는 녹취록을 공개하라는 언론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당시 통역을 맡은 국내 증권사 직원이 영어에 서투르더라"며 통역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부당이득에 대한 해석 차이도 뚜렷하다. 헤르메스는 신문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 주식을 팔았을 때는 주가가 떨어져 주가 조작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인터뷰 당일 삼성물산 주가는 1만5000원이었는데, 며칠 뒤 이보다 낮은 주당 1만4603원에 팔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헤르메스가 700만 주 이상을 한꺼번에 팔아 치웠는데 인터뷰가 없었다면 주가가 훨씬 더 많이 하락했을 것"이라며 "더 싸게 팔아 입을 손실을 회피한 것도 부당이득"이라고 강조했다.

법적 쟁점 이외의 감정 대립도 심해지고 있다. 헤르메스는 "금감원이 조사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있어 달라고 해 놓고 갑자기 검찰에 고발해 명예를 손상당했다. 결과를 미리 알려 달라고 부탁했는데 묵살당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금감원은 "증권선물위원회 의결 직전까지의 모든 과정에 헤르메스 측 변호사가 참석했는데 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입장이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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