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Ⅱ 8번 오류 논란 … 의대 당락에도 영향 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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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이틀 뒤인 15일 한 온라인 입시사이트 학부모 게시판엔 오류 논란이 불거진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을 놓고 항의 글이 이어졌다. 고교 생물교사였다는 한 학부모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정답으로 제시한 보기 4번이 아닌 2번이 맞다”며 “아이가 의대 지망생이라 한 문제의 영향이 큰데 정답이 수정되지 않으면 소송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분자생물학을 30년 동안 연구한 현직 교수인데 8번 문항은 명백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수험생들이 모이는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도 “중복 정답이 인정되면 표준점수와 등급이 내려갈 텐데 걱정이다”는 의견이 수십 개 올라왔다.

 올 수능에서 오류 의혹이 잇따르면서 수험생·학부모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자연계 학생들의 혼란이 특히 심하다. 수학B형·영어가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돼 난이도가 높은 과학탐구가 대입 당락의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입시업체들은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서 복수 정답이 인정되면 그나마 유지됐던 변별력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8번 문항 정답률이 낮다 보니 상황이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입시업체들의 가채점 결과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인 4번을 택한 수험생은 11%에 불과하다. 반면 74%의 수험생이 논란이 되는 2번을 선택했다.

평가원에 따르면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은 3만3221명이다. 복수 정답이 인정되면 2번을 택한 2만4000여 명의 점수가 올라가게 된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최상위권이란 점이다. 서울대가 과탐 응시 조건을 서로 다른 과목 Ⅰ·Ⅱ로 제시하고 있어 의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생명과학Ⅱ에 대거 몰렸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복수 정답이 인정되면 경쟁자들의 점수대가 촘촘하기 때문에 지원 대학의 동점자 처리 기준을 따져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김명찬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서울권 의대는 한두 문제로 당락이 좌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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