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성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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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북 금능군 어모면 다남동>
금천∼상주간 국도를 따라 절격과 나란히 10여리를 달리다 오른쪽 비포장도로로 꺾어들어「아들 많이 낳는 동네」를 물어본다.
고북금능군어모면다남동 편씨마을-.마을어귀까지 시오리 꼬불길엔 양쪽으로 자두와 포도밭이 줄을 잇고 7월 뙤약볕에 들대로든 과일단맛 내음이 코끝에 짙게 풍겨온다.
다남동에 편씨동족부락이 형성된건 1백80여년전 시조 갈송의7대손 만천이 가솔을 이끌고이곳에 정착하면서 부터다.
『일정초기에 어모면 초대면장이 아들이 없어 그 한을 푼다고 이마을 이름을 다남동으로 붙었답니다. 이상스럽게 그이후 아들을 많이 놓았어요.』
이마을 어른 편을구씨(71)는 아들없어 안타까운 사람들은 이동네로 이사오라며 껄껄웃는다. 그의 말대로라면 한집안에 아들 다섯 두면 그사이 딸 하나 남을 정도라는 것이다. 이동네가 포도니 자두니 복숭아같은 열매가 잘되는 것도 다 아들 많이 낳은것과 연관이 있다는게 동네노인들의 전설같은 이야기다.
다남1∼5동까지 합쳐 편씨집은 1백여호. 그밖에 벽진리씨·밀양박씨들과 어울려 안사람은 주로 이들 성받이를 많이 들이고있다.
일제때 남·북만주를 누비며 일본군 장교와 조선인 밀정을 암살하고 국내에 무기를 반입하는등 게릴라전을 펐던 의성사 단장 의사 편강렬은 바로 이마을에 뿌리를 두고있다.
『애사(강렬의 호)의 아버님이 바로 들건녀편 다남2동 태생이십니다. 이곳에서 잉태한뒤 강렬어른을 남기는 석해도 연백이지만 우리마을 편씨들의 긍지는 대단합니다.』
마을종사를 맡아보는 편재덕씨(65)의 말이다.
『시조어른부터 대대로무관집안이라 사람들이 불끈성질이지요. 좋은 말로 할것도 대번에 남을 누르려고 하는데 남한테 지지않으려는 천성들 때문이지요.』
재덕씨는 불고집때문에 편씨들이 손해보는 경우도 많지만 사업을 하든, 정치를 하든, 남자여자가 연애를 하든간에 일편단심하나만은 틀림없다고 말한다.
동네시조인 만천어른부터 내려오던 재실은 구한말 남의 손으로 넘어가고 요즘은 1시간안이면 갈수있는 금천시 남산공원의 편강렬의사 동상을 찾아 옛어른들의 충성과 구국정신을 되새기는게 이곳 주민들의 낙이 되고있다.
현재 17대손 「현」자까지 내려온 다남동은 앞으로 태어날 아들에게 붙여줄 돌림자로「화」자「직」자를 점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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