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잘된 은행등도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짜증스런 복더위를 이기려는 갖가지 피서법이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유행이다.
점심시간을 이용, 회사근처 은행이나 백화점의 대형에어컨 앞에서 고속냉각된 찬물을 즐기는 소극적인 피서법이나 탁구·미니야구등으로 비지땀을 흘린후 찬물수건으로 온몸을 닦는 「이열치열법」 은 고전적인 스타일.
웃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휴식시간 틈틈이 회사근처 고층빌딩가에 나와 빌딩사이에 산골바람처럼 이는「도심풍」을 쐬기도하며 출근길에 직원들이 추령해 사온 수박에 얼음물채워 시원한 화채를 만들어 먹는 신종 식이법도 등장했다.
이같은 피서법은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없어 남믈처림 바캉스를 즐기지 못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무더운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려는 생활지혜로 대부분의 회사에서도 가벼운 탈선행위(?)는 눈감아주고있다.

<도심바람쐬기>
빌딩이 많이 들어서면서 빌딩사이로 바람이 부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학자들에 따르면 산계곡에서 바람이생성되듯 빌딩과 빌딩사이 개곡으로도 시윈한 바람이 생성된다는것.이른바 도시풍이다.
서울서소문 D빌딩뒤쓱과 무교동골목· 광화문 세종문화회관등엔 방상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이때문에 행인이나 에어컨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잠깐씩 땀을식히곤한다.
서울무교동C빌딩앞엔 사람들이 많이 몰리자 빌딩측이 색색의 밴치를 8개나 마련해줘 항시 북적댄다.

<식이법>
서울종로2가H건설총무과직윈 10여명은 매일 점심식사후 수박 3통씩을 사서 사무실에서 함께 나눠 먹는다.
수박시식은 총무과 막내 김영난양(19) 의 아이디어. 김양은 『여름철땀을 많이 흘리기때문에 수분흡수가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며『다방에서 코피를 마시는것보다 몸에도 좋고 시골 원두막 정취도 맛볼수있어 모두들 좋아하고있다』고 했다.

<이열치열법>
대·소기업이 물려있는 서울명동2가 C탁구장. 20여명의 남녀가 D여대의 탁구대에 나눠서 땀을 뺄때 흘리며 탁구를 치고있다.
주인 이모씨(3O)는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인 하오2∼3시쯤이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이라고 했다.
밖의 기온만도 섭씨 3O도가 넘는데다 이들이 뿜어대는 열기로 50여평의 실내는 그대로 한증층막이다.
온몸이 땀으로 젖은 박명수씨 (25·D증권사원) 는 『온몸이 화끈거릴때까지 탁구를 친뒤 목욕탕에서 찬물샤워롤 하는것』이 최선의 피서법이라며 직장 동료와 함께 운동북을 탁구장에 맡기고 매일 들른다고했다. 박씨는 탁구비 1시간 1천5백원에목욕값1천원등 하루2천5백원으로 이열치열의 피서를 하고나면 근무능률이 더 오른다고 했다.

<도심 신종피서지>
은행이나 백화점·호텔로비등은에어컨시설이 잘돼있어 직장인들이 잠깐씩 들러 땀을 식히는등 엉뚱하게 도시의 퍼서지로 각광을 받고있다.
은행의경우 고객대기용 소파에 코피자동판매기까지 설치돼있어 일부젊은이들은 한낮의 데이트장소로까지 이용하기도한다.
충무노1가 S해운사윈 박시원씨(26) 는 『한낮 더위를 도저히 견딜수없어 사환에게만 귀띔해놓고 옆건물에 있는 은행에서 20∼30분쯤 앉았다 들어간다』 며 항상 마주치는 얼굴이 5∼6명씩 된다고 싱글거렸다.
L백화점휴게실엔 실내연못에 예쁜분수까지 있어 더욱 인기.
시첨근처의P호텔·L호텔·C호텔등의 매일낮12시∼하오4시쯤은 피서인파(?) 가 몰리는 시간. P호텔의 경우 삼삼오오 짝을 이룬 젊은 직장인들이 로비에 앉아 30여분씩 잡당을하다 돌아가곤한다. <길진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