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지구 개발하면 주택철거 세든 124가구 거리로 쫓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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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고덕지구 택지개발사업에 따라 고덕동과 상일동일대의 주택이 철거돼 이곳에 세들어살던 l백24가구가 길거리로 쫓겨나 비닐하우스에서 살고있다. 이들은 대부분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는영세민들로 이사비조차 마련하지 못해 절거지인근에 비닐하우스롤 움막으로 고쳐 기거하고 있다.
이 비닐하우스촌에 살고있는 주민들도 고덕동160일대 37가구 2백여명과 고덕동639일대 46가구 2백30여명, 상일동251일대41가구 2백20여명 등 모두 1백24가구 6백50여명으로 이 가운데는 15년전부터 월1만∼3만원의 사글세방에서 살아온 사람들도 있다.
3, 4가구 20여명이 함께 기거하고 있는 6평남짓한 비닐하우스는 습기 찬 방바닥에 합판이나 비닐장판을 깔아 방을 만들었으나 침구와 식기가 어지럽게 쌓여있어 비좁은데다 한낮이면 비닐하우스 안이 35도이상 올라가는 무더위로 한증막이 되어버린다.
또 주변은 늪지대인데다 공중변소조차 없어 환경이 불결하고 식수도 근처에 우물을 파 사용하고 있다.
특히 고덕동639일대산가구는 지난1일부터 시공업체인 동아건설에서 전기마저 끊어버려 밤에는 촛불을 쓰는등 화재위험도 있다.
상일동 251 서성희씨(36·여)는『7년간 세들어 살던 집이 철거돼 7식구가 지난달 초 비닐하우스로 옮겨온 후 끼니며 빨래, 잠자리걱정으로 나날을 보내고있다』면서 『앞으로 장마라도 지게되면 더 큰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곧 닥쳐올 비닐하우스 강제철거.
주민들은지난3월부터 7, 8회에 걸쳐 강동구청·건설부·민원합동실 등에 자신들의 저지를 살펴줄 것을호소했으나, 한결같이 『대책이 없다. 시행청인 토지개발공사와 협의하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상일동251 김충근씨(43·노동)는 『가옥주들에게는 가축1마리·나무1그루에 대해서도 이주비를 지급하고, 수년간 새들어 살아온 영세민들에게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 주지 않는 것은 이해 못할 일』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행청인 토지개발공사 현장감독 이동섭씨(33)는 『철거세입자들로부터 대책을 세워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받아 강동구청에 문의했으나 별도리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을 뿐』이라며 『공공용지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에도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규정이 없어 이들에게 자진 철거할 것을 설득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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