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듣는 대학 강의 재미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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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5일 오전 9시 고려대 교양관 111호실. 서울지역 외국어고.일반고 학생 20명이 이 대학 영어교육과 어도선 교수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날부터 운영에 들어간 AP(Advanced Placement.대학과목 선이수제) 수업 중 하나인'영어 읽기와 토론' 수업시간이다. 이 수업은 영어 독해를 중심으로 작문.토론.듣기 등을 통합한 중급 수준의 대학 교양영어 과목이다.

강의에 이어 학생들은 5~6명씩 조를 짜서 모르는 단어의 뜻을 찾지 않고 문장 내용을 유추해 '빨리' 이해하는 훈련과 영어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은 세 시간 동안 진행됐다.

같은 시간 아산이학관 622호실에서는 과학고.일반고 학생 20명이 김영욱 교수에게서 '함수의 극한'에 대한 수학 강의를 듣고 문제를 푸는 연습을 했다. 교재는 고려대 수학과 교수실에서 출판한 '미적분학과 행렬' '기초미적분학'(김성기.계승혁 공저) 등을 사용했다.

영어 수업을 참관한 교육인적자원부 김대원 연구사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대학 교수의 강의를 듣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수업 내용도 고교 수준보다 높아서인지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았고 대체로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8개 시.도, 11개 대학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한 AP는 고교에 다니면서 대학과목을 미리 이수하면 대학에 입학한 뒤 학점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이 제도는 ▶학업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대학 과목을 미리 이수하는 길을 열어주고▶과학고 등에서 대학 수준의 전문 교과를 배운 뒤에도 대학에서 같은 과목을 다시 이수해야 하는 낭비적 요소를 없애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대학 1~2학년의 전공기초 과목인 수학.물리.화학.생물.영어.철학.제2외국어 등 10개 과목이 개설돼 있으며 강의는 주로 대학 교수가 맡는다. 경기도와 광주의 경우에만 고교 교사가 함께 공동지도(팀티칭)를 한다.

대부분의 시.도가 여름방학 기간을 활용해 과목별로 45시간을 가르치고 평가를 거쳐 'A, B, C … F'등의 성적을 부여한 뒤 이수증을 준다. 이수 결과는 학생부의 교과 특기사항에 기록된다.

이번 시범 운영에는 고교생 757명이 참여한다. 학년 구분은 없으며 과학고.외국어고생은 희망자, 일반고생은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상위 3~5% 학생 중에서 선정됐다.

교육부는 내년에 시범 운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AP제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교육부는 AP 과정 이수 결과를 대학입시와는 연계하지 않을 방침이다. 사교육이 확대되거나 과열 현상이 빚어지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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