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이 울고 가는 중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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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 웅동중 3학년 학생들이 김경혜 교사의 지도로 책을 읽은 뒤 토론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경남 진해시 외곽에 자리 잡은 웅동중 교무실. 방학인 요즈음 교사들의 책상 옆에는 서너 명의 고등학생이 보조의자를 바짝 당겨 앉은 채 공부를 하고 있다. 이들은 '졸업생 리콜제도'에 따라 모교 스승들에게 지도를 받는 이 학교 졸업생들이다.

올해 초 웅동중을 졸업한 김현주(16.진해여고 1년)양은 매주 2~3일씩 조종호(47) 교사에게서 고교수학을 배우고 있다. 김양은 "정 들었던 선생님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푸근한 데다 집 근처여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전화나 e-메일 등을 통해서도 교사들과 상담이 가능하다. 현재 리콜제도를 이용하는 졸업생은 50여 명이다.

웅동중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2002년 3월이다. 학구 분리와 대도시 전학 등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자 위기감을 느낀 15명의 교사가 '공교육 살리기'작전을 위해 도입한 것이다. 현재 학생 수는 164명이지만 3년 전만 해도 360명이었다.

우선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이 바로 곁에 있는 지역 특성을 감안해 '국제 이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중국어.일본어.영어 등 3개의 외국어 반을 조직했다.

방송을 통해 매일 외국어를 20분간 공부한 뒤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두 시간씩 원어민 강사의 강의를 듣도록 했다. 방학 때마다 10여 명의 학생이 일본.중국 등에 다녀오는 해외문화 탐방도 실시했다.

학생들은 등교하면 매일 오전 8시부터 40분 동안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추천도서를 읽고 나서 수업에 들어간다. 학교 측은 독서량이 많은 학생에게 '다독상'을 주는 등 책 읽기를 독려해 졸업 때까지 평균 100여 권을 읽게 한다. 교사들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희망 학생들에 한해 주말 개별지도도 마다하지 않는다. 저명인사 초청강연도 이 학교의 자랑거리. 1년에 두 차례 갖는 이 초청강연에 다녀간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 김우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조국 서울대 교수 등 모두 유명 인사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졸업생들은 3년째 지역 명문고인 진해고 입시에서 1~3등을 휩쓸었다. 지난달 2일 열린 한국수학학력평가대회에서 정희정(15.2년)양이 금상을 받는 등 올 들어 전교생의 43%인 71명이 각종 상을 받았다.

유춘우(60) 교장은 "공개채용을 통해 선발한 교사들이 열심히 지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학을 문의하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며 "실제로 올해 2명이 전학을 왔다"고 말했다.

진해=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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