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88중책…두렵지만 힘껏 뛰겠다(대한체육회 회장 정주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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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대그룹의 총수 정주영 회장(67)이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임되자 경제계는 물론 체육계마저 의외의 인선에 크게 놀라면서도 호기심에 찬 눈으로 기대를 걸고있다.
이제까지 이 자리엔 과거 신익희·조병왕·이기붕씨 를 비롯, 최근의 민관식·김택수씨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메워 왔기 때문에 정회장의 체육회장 취임은 더욱 화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사양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기꺼이 중책을 맡기로 했습니다. 사실 86년 아시안게임 및 88년 올림픽의 서울유치로 우리국가와 민족은 세계에 능력을 과시할 중차 대한 시점에 온 것입니다.
이러한 어려운 때에 막중한 책임을 다해낼지 두렵지만 힘껏 해보겠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불도저같이 밀어붙여 기적을 창조해내「도시의 사나이」로 불리는 정 회장은 벌써부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내가 체육회장을 맡게됐다니까 친구들로부터「자네보고 돈좀 쓰라는 애기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체육회 가맹 단체들을 얼핏 살펴보니까 기업인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들은 어찌됐건 자기가 맡은 종목에 취미를 붙여 돈 쓰는 맛을 느끼도록 해야합니다』워낙 바쁜 정 회장은 상근 부회장 제를 신설했지만 돈만 쓰는 껍데기회장을 완강히 거부하고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서독 바덴바덴 IOC총회에서 88년 올림픽의 서울유치사절단장으로 거사를 성공시키는데 기여한 것이 인연이 되어 체육진흥의 야전군사령관 격인 체육회장에 취임 한 것 같다. 그러나 정 회장은 고희를 눈앞에 바라보면서도 관전과 참여의 스포츠에서 남들 보다 월등해 적임자라는 평도 있다. 신입사원 환영회엔 사원들과 꼭 한차례 씨름시합을 하는가하면 수영도 아마수준을 넘는다.◆
또 지난해 5월 전두환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때 대통령으로부터 조언을 듣고 시작한 테니스에 완전히 매료 되어있다. 새벽 5시반 이면 기상과 동시에 청운동 자택에서 현대건물인 전 서울고 코트로 달려가 테니스를 친다. 골프는 즐기지는 않지만 앤디 18에 이른다. 그런가 하면 그룹운동 팀인 남자농구와 여자배구의 경기가 있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경기장으로 가곤 한다.
정 회장은 최근 맏아들의 윤화, 그리고 이에 충격을 받고 쓰러진 부인 변중석 여사(62)가 치료와 요양을 위해 도미하는 등 어려운 일을 겪어 내기도 했다.
최근 고위층으로부터 사업과는 동떨어진 체육회장을 제의 받고는 체육진흥과 올림픽대비라는 차원에서 수락하게 됐다는 얘기들이다.
정 회장은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비롯, 88서울올림픽조직위 부 위원장 등 직함만 꼭20개를 갖고있어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터에 또 하나 중요한 자리를 추가하게됐다.
12일 낮 체육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선임된 정 회장은 이날 하오 이영호 체육부 차관과 김종렬 전 체육회부회장을 만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단군이래 가장 많은 외국인이 밀어닥칠 88년 서올 올림픽 대회에 정주영 회장은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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