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땀흘리는 농민도 있다…좀 조용히 즐겼으면|행선지·씀씀이 등 자신의 분수에 맞도록|모래사장서 휴지 줍던 피서객 잊을 수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엄마- 이제 곧 두 돌을 맞는 창환이의 절규가 스쳐 갈 때면 난 언제나 뜨겁고 굵은 눈물을 삼켜야만 한다. 가난의 설움, 삶의 터전…. 일찌기 그 쓴맛을 보았기에 난 억척스런 여자, 그래서 우린 외로운 울음의 이별을 했었지. 한 여름밤, 까만 포도 알알이 열매 맺고 등나무 담장 엮어 자장가 불러 줄 내 작은 집이 있건만 우린 아기를 시골 할머님 댁에 맡기기로 했다.
적으나마 맞벌이를 하기 위해서 그립고 아쉬운 마음이야 하늘 만큼이나 많지만 그래도 오늘의 아픔이 훗날 내 자식의 무한한 성장과 축복이 되어주길 간절히 빌면서 말이다.
모닥불 옆에서 반딧불 쫓을 천진한 너는 내 생의 모두였지. 못내 기다려지는 여름 바캉스, 그날이 오면 시부모님 모시고 내 고운 아가 손잡고 끝없이 펼쳐지는 동해의 파란 바닷가에 텐트를 칠 계획이다.
홍영희 <26·주부·서울시 강동구 풍납동 231의 3>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