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승부수(75)와 패착(7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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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5보(75~87)
● . 왕 위 이창호 9단 ○ . 도전자 옥득진 2단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 2시. 창덕궁 부용정에서 이해찬 총리가 한국기원 허동수 이사장과 나란히 앉아 대국 재개 선언을 했다. 어렵게 틈을 낸 이 총리는 그러나 열렬한 바둑팬답게 조훈현 9단, 차민수 4단 등과 대국을 검토한 뒤 창덕궁을 떠났다.

TV 중계용 조명 때문에 오후 들어 대국장이 약간 더워졌다. 이창호 9단이 부채를 부치며 75에 격렬하게 붙여 갔을 때가 2시10분쯤이었을까. 강력한 승부수였다. 그는 아마도 오래 전부터 이 수를 준비했던 것 같다. 전쟁과 타협의 갈림길에서 옥득진 2단의 장고가 무겁게 이어지고 있다. 22분 만에 옥득진은 76으로 후퇴했다. 이때만 해도 그는 이 수가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후 이창호 9단의 입에서 묘한 소리가 나왔다. 75가 무리수였으며 백이 '참고도'처럼 반발할 게 뻔해 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무시무시한 수상전 양상이지만 백은 따로 살 수도 있어 흑이 좀 더 피곤하다는 의견이었다.

옥득진 2단은 "자신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전면전보다는 78부터의 삭감으로 장기전을 벌이는 것이 좀 더 부가 있다고 본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제4보

◆정정합니다=지난 금요일자(22일자) 왕위전 기보가 일부 지역에서 잘못 나갔기에 4보를 함께 싣습니다. 54부터 74까지 진행된 4보는 백이 상변에서 54, 56, 58로 약간 느린 행마를 하는 동안 흑이 우변을 완생하고 59의 요소마저 선점함으로써 한발 앞서나가는 과정입니다. 실수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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