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9억짜리 한달새 호가 1억 빠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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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단지 투자자들이 가격을 3000만원가량 낮춰 내놓아도 매수자가 더 하락할 것으로 기대해 거래가 안 됩니다."(서울 송파구 K공인 관계자)

"9억원까지 치솟던 50평형 정도의 호가가 최근 한 달 새 1억원 정도 떨어졌다."(경기도 분당 신도시 H공인 중개업자)

한껏 달아올랐던 서울 강남권.분당 등의 주택시장이 주춤하다. 8월 부동산종합대책을 앞두고 매수세가 많이 줄어들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호가 하락세는 뚜렷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일부에선 시중의 부동자금을 다른 곳으로 유인할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집값이 다시 꿈틀거릴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 거래 실종, 약세 반전=건설교통부는 서울과 강남지역 아파트값 상승률이 6개월 만에 지난주 '0'이었다고 24일 밝혔다. 이달 초까지 1% 이상의 상승률을 보인 분당도 0.1%대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매수세 급감이 집값 약세를 불렀다. 건교부가 강남권과 분당.용인 30개 단지 60개 평형에 대한 매도.매수문의 건수를 파악한 결과 매수 문의가 지난달 14일 500건에서 이달 5일 198건, 19일 92건으로 급감했다.

아파트 거래량도 크게 줄어 강남.분당 등 9개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거래된 건수가 지난주 389건으로 한 달 전보다 60% 줄었다고 건교부는 밝혔다. 강남구 B공인 관계자는 "이전에 관심을 보이던 매수 대기자들이 하나같이 '두고 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분당 C공인 중개업자는 "대형 평형 희소성 기대감으로 많이 오른 큰 평형의 호가 하락이 두드러진다"며 "8월 정부 대책이 나오면 집값이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면서 매수세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 8월 대책 따라 시장 재편될 듯=주택시장의 약세가 적어도 종합대책이 나올 8월 말까진 계속될 것 같다. 하락세 기대감으로 수요가 계속 얼어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하반기 강남권 등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데다 8월 대책까지 겹쳐 집값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8월 대책 내용에 따라 그 이후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초구 J공인 관계자는 "정부 대책 직전과 직후에는 기대감과 대책 효과로 약세를 띠지만 공급부족 등 시장의 불안을 씻어줄 대책이 되지 못하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허귀식.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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