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대 고려대 총장 김준엽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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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대를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대 총장으로 선임된 김준엽 교수(62)는 아직 문교부로부터 인준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학교운영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고대를 세계의 유수한 대학들과 어깨를 같이 하는 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첫 포부를 털어놓았다.
『고대에는 남다른 힘이 있어요. 재학생이든 졸업생이든 애교심으로 뭉쳐지는 단결력이 그 하나죠. 이러한 특성들을 잘살려 나가면 잘 되리라고 믿습니다.
김 총장은 지난 49년 조교수로 고대와 인연을 맺은 뒤 지금까지 33년 동안 고대 교수로 재직해 주위로부터 『고대 냄새가 물씬 품기는 골수 고대인』이란 평을 들었다.
김 총장은 또 지금까지 15년 동안 고대 「아세아 문제 연구소」 소장직을 맡아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아연」 소장으로 더 알려져 있다.
「아연」 창설 회원이기도 한 김 총장은 단칸방에 개인도서 10권으로 출발한 이 연구소를 세계 5대 아주연구소 중의 하나로 발전시킨 공로자.
『아연이 세계적인 연구소로 성장한 것과 같이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하면 고대가 세계 수준의 대학이 되는 길도 멀지만은 않습니다.』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갖고 각계에 있는 교우들의 조언도 가능한 한 많이 구하려고 합니다.』
평북 강계 출신인 김 총장은 신의주 동중을 거쳐 일본 경응대에서 학병으로 중국대륙으로 갔고, 장준하씨와 함께 한 달만에 일군을 탈출, 중국유격대에 참가해 대일 항전을 벌였고 그후 중경의 한국 임시정부에서 광복군 소령으로 김구 주석 밑에서 장씨와 임시정부 신문을 만들기도 했다.
『고대 총장을 바라보는 고대 가족들의 눈길을 의식합니다. 열심히 일해 보겠습니다. 문교부에서 인준이 나면 학사행정 등 자세한 포부를 밝히겠습니다.』
취미는 탁구. 집 지하실에 탁구대를 설치해 부인 민영주 여사(59)와 탁구 솜씨를 겨룬다고. 가족으로는 부인과 고대 불문과를 나와 개인사업을 하는 외아들 홍규씨(36)가 있다. <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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