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일기 돌려 쓰니 우정이 샘솟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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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교환일기
오미경 지음, 최정인 그림
푸른책들, 167쪽, 8500원

아빠의 사업이 망하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작은아빠네 집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한 강희, 하늘 아래 철부지 동생과 둘뿐인 소녀가장 민주, 툭하면 엄마에게 휴대폰 문자 메세지를 보내는 응석받이 공주님 유나. 가정환경이 다른 세 친구는 지각한 벌로 일주일 동안 청소를 맡으면서 친구가 됐다.

"강희야!민주야! 오늘부터 이 교환 일기장에 우리의 마음을 담자. 소중한 추억이 될거야." 유나는 비밀 없는 단짝이 되자고 제안을 하는데, 이를 어쩐담! 학교에서만큼은 회사 사장님 딸인 강희도, 친구들이 색안경을 낄까 움츠러든 민주도, 일기장을 놓고 마음이 불편하다. 강희는 자존심 때문에 온통 거짓 일기를 쓰고, 민주는 드러내도 창피하지 않을 이야기로 일기장을 채운다. 비밀없는 친구가 되자더니 교환일기는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교환일기'의 세 친구는 일기를 주고받으며 서서히 콤플렉스를 벗고 속내를 드러낸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고, 친구의 처지를 이해하는 마음 씀씀이를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누에고치 같다고 말한다. 힘겹게 허물을 벗고 고치 속에서 화려한 나비의 날개짓을 꿈꾸는 누에처럼 아이들은 자라난다. 짝사랑에 마음 설레고, 초경으로 뿌듯해하는 사춘기를 앞둔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들의 섬세한 심리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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