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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호남지역 사진 7천여점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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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구한말과 근세의 기독교 역사와 사회상을 연구하는 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미국인 선교사들이 광주.전남 지역에서 활동하며 찍었던 1890~1960년대의 사진을 수집하는 차종순(車鍾淳.55.신학과) 호남신학대 교수.

그가 이번에 발굴한 사진들은 1895~1925년 목포.광주 등에서 활동한 유진 벨과 1908~46년 광주기독병원과 전남 여수시 애양원에서 환자들을 돌본 로버트 윌슨, 55~67년 호남신학대 학장을 지낸 조지 브라운 등이 촬영한 것이다.

車교수는 지난 2월 미국에 가 세 사람의 후손들이 갖고 있는 7천여장의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아 왔다.

"옛 삶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들이 많이 있는 걸 보고는 너무 흥분해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었습니다."

사진은 교회와 관련된 것이 많지만 생활.사회상을 보여 주는 사진도 꽤 있다. 1890년대 말 선교사 집으로 지게를 지고 땔나무를 팔러 온 나무꾼들과 1919년 광주에 처음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습을 구경하러 모인 인파, 1920년대 광주 장터의 풍경, 30년대 광주천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의 사진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50년대에 촬영하고 미국에서 슬라이드로 현상해 보존 상태가 좋은 광주시내 전경 등의 컬러 사진도 자료 가치가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컬러 사진이 보급된 것은 60년대부터인 데다 사진들의 보존 상태가 나쁘기 때문이다.

"구한말과 근세의 사진들이 일제 때 일본인들의 손에 넘어가거나 한국전쟁 때 소실되는 바람에 국내에 남아 있는 게 매우 적은 형편이었습니다."

교회사를 전공하는 車교수는 관련 옛 사진.문헌 등을 15년 전부터 모아 왔고, 현재 1만여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사진만큼 사사로운 의견이 첨가될 수 없고 사실에 충실한 자료는 없다"라며 "호남지역에서 활동한 미국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촬영한 것들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지역에는 전주.군산에 처음 선교사가 들어온 1896년 이후 1984년까지 약 1백년간 총 3백20여명의 미국인 선교사가 다녀 갔다고 한다.

車교수는 "이들 선교사와 그 후손들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들을 수집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우리나라 초기 의료.교육 역사 등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이해석 기자 <lhsaa@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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