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더 소중하다"…납치범 단 한 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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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방콕30일UPI·AFP=연합】방콕의 돈무앙 공항에 억류돼 있는 이탈리아의 피납 알리탈리아 항공소속 보잉747기에서 1차로 풀려난 1백43명의 승객들은 30일 납치범은 제정신이었고 단호한 모습이었으며 어깨까지 내려오는 텁수룩한 장발 등 전형적인 납치범의 형상이었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풀려난 이탈리아인 「마리아·잠파로」부인은 납치범이 허리에 배터리를 둘러차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이탈리아 실업가는 범인이 단 한 번 밖에는 말하지 않았으나 미친 것 같지는 않았고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듯 했다면서 그 한마디 말이라는 것도 『너희 모두보다 내 아이들이 더 소중해』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풀려난 1백43명의 여자·어린이·노인 및 환자들 중에는 UPI의 여기자「마리 루이즈·스키오」가 끼어 있었다.
다음은 그녀의 목격담이다.
『기내에 폭탄이 장치되어 있어 비행기에서 내리는 게 지연될 것이라고 기장이 승객들에게 알려왔을 때 나는 즉시 우리가 하이재크 당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아무도 진정으로 놀라지는 않았다. 모두 조용했고 「지오바니·아모조소」기장에게 감사표시를 보였을 때 나는 그가 틀림없이 심리학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곧 첫 번째 사건이 발생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사나이가 심장발작을 일으킨 것이다.
그는 일본 교오또 (경도) 대학의 「오노에·히사오」경제학교수였다. 갑자기 얼굴이 잿빛으로 변한 그는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기내에 있던 한국인 의사와 프랑스인 의사가 달려왔다. 그들은 곧「오노에」 교수를 비행기에서 내려야한다고 강력히 말했다.
납치범은 당황하는 듯 했으나 곧 『내려놔』하고 소리쳤다.
나는 비행기에서 내릴 때에야 그를 볼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의 눈만은 보고싶지 않았다.
승객 중에는 이탈리아의 신혼부부 1쌍이 있었다. 신부는 훌쩍거리면서 신랑만 남겨두고 떠나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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