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조혜련 "죽기 살기로 새로움 찾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 연극‘아트’에 출연 중인 개그맨 조혜련. 아무리 바빠도 매년 한번씩은 연극무대에 설 계획이다. 안성식 기자

'팡!'하고 핀조명이 켜졌다. 관객 200여명의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로 쏠렸다. 심각한 표정의 그녀, 그런데 객석 여기저기 웃음이 터져나온다. 여전히 심각한 표정의 그녀, 꿋꿋하게 대사를 읊는다. 관객도 차츰 진지해진다. 잘나가는 개그맨으로도 모자라 연극배우라는 또 하나의 영역을 '접수'한 여자, 바로 조혜련(36)이다.

그간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 '남자충동'에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더니 이번에는 연극 '아트'로 주역을 꿰찼다. '아트'는 그림 하나를 놓고 의견차로 싸우는 세 친구 이야기다. 가증스럽고, 덜렁대고, 직설적인 여자들의 대화는 관객이 '내 얘기네!'하고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사실적이다. "첫 장면에 제 독백이 나와요. 대사도 하기 전인데 사람들이 웃더군요. 신경쓰지 않았어요. 10분 지나면 다들 달라질 거다, 그렇게 주문을 걸었죠." 작전은 적중했다. 발성이 조금 불안한 것을 제외한다면 다른 주인공에 밀리지 않았다.

"뭐든지 죽기살기로 하면 안 되는 게 없어요. "

왜 '죽기살기'로 하는 걸까. "연극이 너무 하고 싶어서"라는 예상답변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뭔가에 익숙해지는 게 싫어서 늘 새로운 것을 찾아요. 연극도 그래요. 대학 때 얼굴이 비호감파로 분류됐지요. 분장.소도구 담당만 죽어라 했더니 이젠 연극무대 좀 올라보고 싶더라구고요."

그녀는 개그맨의 연극 진출을 싸늘하게 보는 시각에 한마디 했다. "개그맨은 그냥 웃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연기를 모르면 섬세한 감정선을 살릴 수 없지요. 제가 당당하게 연극 무대에 서는 것도 연기에 자신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태보 비디오 제작, '아나까나'송 음반 출시, 각종 방송 출연, 게다가 연극까지…. 해보고 싶은 게 아직도 많다는 그녀의 다음 행보는 뭘까? 이 '대한민국의 수퍼파워 아줌마 배우'는 3년 내 일본 개그계 진출을 꿈꾸며 하루 8시간씩 일본어를 독하게 공부하고 있다.

31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64-8760.

박지영 기자 <nazang@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